지난 19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5명이 모여들더니 곧장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랐다. 이들이 탄 버스는 한국방문위원회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운영하는 K트래블버스다. 서울을 출발해 각 지방 명소를 1박 2일로 돌아보는 버스여행 상품이다.
K트래블버스는 지난 3월부터 시작돼 그 동안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했지만 이날 이들 일행은 조금 특별했다. 따로 초청한 것도 아닌데 한 팀이 자발적으로 4회 연속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싱가포르와 호주가 국적인 이들은 오랜 여행친구들로 3주 가량 한국만을 여행하기 위해 찾았다. 이달 초 방한한 이들은 제주에서 4일 정도 관광을 마친 후 서울로 와선 중간중간 K트래블버스를 이용해 지방을 다녔다. 9~10일 전남, 12~13일 경북, 16~17일 제천ㆍ무주에 이어 이날 대구로 향했다.
이들 5명 모두 한국엔 서너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엔 좀더 자세히 한국을 알고 싶었고, 그래서 기간을 늘려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메기 쿠(65)씨는 “대도시는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다. 쇼핑관광엔 이제 질려 그 나라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지방을 다녀오고 싶었다. 평소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즐겨봤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와 닿았고 꼭 가보고 싶어 이번 한국여행의 목적지로 지방을 꼭 가보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지방여행은 쉽지 않았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개별여행으로 한국의 지방을 찾아가긴 힘들었다. 쳉 호이탄(67)씨는 “교통편에 대한 안내도 숙박이나 관광지 식당 등의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구글을 통한 검색을 하다 발견한 것이 이 K트래블버스였고, 사실상 우리에겐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K트래블버스 전남투어를 다녀온 이후 괜찮다 싶어 잇달아 3번의 추가 여정을 예약하게 됐다.
쿠씨는 “한국의 지방은 방송에서 본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체험 프로그램들도 흥미로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 호이탄씨는 전남 담양의 죽녹원의 시원한 대숲 그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했고, 찰리 첸(65)씨는 경북 영주에서 막걸리를 만든 체험이 즐거웠다고 했다.
호이탄씨는 “K트래블버스를 4번이나 이용하게 된 건 프로그램 만족도가 좋기도 했지만,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 여행을 검색하면 지역 관광지 정보들은 많지만 실제 외국인이 그곳을 찾아갈 수 있는 안내나 상품들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지만 현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것. 호이탄씨는 “첫 방문지 제주에서 차를 빌려 내비게이션을 켰지만 한국어만 가능해 당혹스러웠다”고 했고, 첸씨는 “서울을 벗어나면 정말 힘들었다. 지방에선 여행지 안내판이나 도로 표식, 식당 메뉴 등에서 영어 표기를 잘 찾을 수 없었다. 가이드 인솔이 없었으면 정말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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