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관장이 보낸 손편지의 힘…市ㆍ영화제 측 움직여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별도 예산편성으로 화답, 26일 영화 상영
“옥상달빛극장 운영 기사를 접하고 무척 기뻤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 마을에서 상영회를 열어줄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혼자 상상해봅니다.”
영화관이 없는 부산 기장군 정관읍의 작은도서관 관장이 보낸 손편지가 옥상달빛극장 주최 측의 마음을 움직였다. 편지의 주인공은 조을수(70ㆍ여) 정관휴먼시아2단지 작은도서관 관장이다.
조 관장은 지난달 27일 손수 쓴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조 관장은 “1,300세대의 아파트에 있는 도서관 면적은 99㎡(30평) 정도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은 살기 좋고 이웃끼리 잘 지내는 참 따뜻한 동네다”며 “우리 아파트에서도 야외나 도서관 안에서 가족단위로 영화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 손녀와 (극장에서) 영화 ‘미녀와 야수’를 봤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손녀가 만나면 (아직까지) 그 이야기를 한다”며 “가능하다면 우리 보석 같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조 관장의 편지를 받은 부산시 관계자는 옥상달빛극장 프로그램을 마련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측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측은 조 관장의 마음을 전해 듣고 지난 18일 현장답사 후 작은도서관 앞 광장에서 상영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이 자원봉사자 등 지역주민의 주도로 운영된다는 점, 영화관이 없는 지역이라는 점 등을 듣고 상영을 결정했다”며 “문화소외계층을 위한다는 옥상달빛극장의 취지에도 맞았다”고 말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측은 운영비를 쪼개 300만원 가량의 상영비용을 별도로 마련키도 했다. 명칭은 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의 ‘찾아가는 달빛극장’으로 정했다. 당초 옥상달빛극장의 상영관은 부산 산복도로 일대 천마산관(서구), 금수현관(중구), 이바구관(동구) 등 3곳이었고 이번 상영은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상영회는 오는 26일 오후 7시 휴먼시아2단지 작은도서관 앞 광장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한밤 중에 깬 아기의 상황을 다룬 단편 애니매이션 ‘달’(6분)과 10대 소녀의 성장과정을 그린 장편영화 ‘롤라’(90분) 등 2편이다. 상영에 앞서 달빛음악회 공연도 마련된다.
조 관장은 “작은 소리도 크게 들어줘서 고맙다. 주민들도 좋은 영화가 이곳에서 상영되니 설렌다고 하더라”며 “‘문은 두드려야 하고 두드리지 않으면 벽일 뿐이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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