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상하이 원정길에 오른 K리그 클래식의 최강자 전북 현대가 귀중한 무승부를 거뒀지만 마냥 좋아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북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원정 1차전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홈 앤 어웨이로 치러지는 토너먼트에서 원정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더구나 전북은 ACL 홈 5전 전승이던 상하이 안방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챙겼다.
홈에서 이겨야 했을 상하이가 느긋했던 반면 전북은 마치 홈 경기처럼 상대를 몰아치기에 바빴던 경기 양상은 조금 이상했다. 최강희(57) 전북 감독은 후반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공격수로 채우며 득점 사냥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급했어야 할 상하이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하지 않는 경기에 치중했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절박함이 묻어나지는 않는 전술 운영이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야심차게 원톱으로 선발 투입한 공한증의 대명사 이동국(37ㆍ전북)이 제 역할을 못해준 게 뼈아팠다.
이동국은 통산 ACL 51경기 30골로 대회 최다골 기록을 보유했다. 특히 중국 프로축구 클럽을 상대로는 16경기 8골로 존재감이 더욱 빛났다. 뿐만 아니다. 이동국은 1998~2014년 국가대표로 뛰며 중국전에서만 5골을 넣었다. 2000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시안컵(10월 12~29일) 3-4위전(한국 1-0승)에서 터뜨린 결승골은 인상에 깊이 남아있다. 중국은 이런 이동국만 보면 공한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동국은 상하이를 상대한 ACL 통산 52번째 경기에서 침묵했다. 후반 에두와 교체돼 나올 때까지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공을 잡은 기회조차 적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원정에서 무승부가 나쁜 건 아니지만 많이 아쉽다"며 "전반전에 마지막 패스가 잘 안 됐다. 찬스에서 결정을 지었다면 재미있는 경기를 했을 텐데 아쉽다"를 연발했다.
원정에서 비기고도 쫓기는 입장이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ACL에 적용되는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이다. 전북은 오는 9월 13일 열릴 홈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기면 4강 직행이지만 1골 이상을 기록하는 무승부가 나올 땐 4강 진출에 실패한다.
또 하나는 세계적인 공격수 헐크가 불러올 변수다. 2차전은 거액을 받고 상하이로 이적한 헐크(30ㆍ상하이)의 부상 복귀가 유력하다. 그라운드의 여우 통하는 스벤 예란 에릭손(68ㆍ스웨덴) 감독은 원정이라는 부담에도 킬러 헐크를 앞세운 2차전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홈 1차전에서 수비 위주 운영을 펼친 건 원정 2차전에서 헐크 등이 적어도 1골 이상을 넣어줄 수 있단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2006년 이후 10년만의 ACL 우승을 위해 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사활을 건 전북이 중대 고비에 직면했다. 최 감독은 "그래도 홈경기가 남았다"면서 "홈에서 절대적으로 강한 만큼 잘 준비해서 이기겠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잘 준비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9차례의 공식 경기에서 15승 3무 1패를 거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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