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홍성지 9단
<장면 7> 좌변에서 박정환이 △로 단수 쳤을 때 홍성지가 1부터 4까지 상당한 실리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어이 선수를 뽑아 5로 둬서 중앙 백돌을 제압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수가 조금 욕심이 과했다. 그냥 24로 꼬부려서 백돌을 확실히 잡아 두는 게 정수였다.
박정환이 6부터 11까지 선수한 다음 12로 백 한 점을 이은 게 상대의 실수를 응징하는 정확한 반격이다. 흑 대마가 아직 완생이 아니므로 홍성지가 얼른 13, 15로 사는 형태를 갖춘 건 당연하다.
그러자 박정환이 좌변에서 16부터 22까지 처리한 게 매우 용의주도한 사전공작이다. (21 … 16) 집으로는 약간 손해지만 잠시 후 중앙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혹시라도 좌변 백의 사활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흑 두 점을 선수로 빵때림해서 확실히 완생 형태를 갖춘 것이다.
그런 다음 22로 중앙 백돌을 다시 움직였다. 흑은 당연히 <참고도> 1로 끊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2부터 18까지 다소 복잡하지만 거의 외길 수순을 거쳐서 흑이 한 수 부족으로 잡힌다. 홍성지가 할 수 없이 23, 25로 물러섰지만 그 틈에 박정환이 24, 26으로 오히려 흑돌을 잡고 살아서 이제는 반면으로도 백이 많이 남는 형세다. 바둑은 이후에도 50여수가 더 진행됐지만 이미 승부와는 무관하다. 210수 끝, 백 불계승.
박정환이 홍성지를 2대 1로 제치고 드디어 입단 후 처음으로 명인전 결승에 진출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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