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 청문회 관련 설전만 거듭
시간 흐를수록 추경 효과 떨어져
내달 2일 본예산 전 처리 실패 땐
사상 첫 추경안 폐기 사태 가능성
조선 부실규명 청문회도 수포 위기
여야가 11조원 규모인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를 거의 한 달째 미루면서, 추경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로 넘어온 추경안은 당초 22일 처리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무산됐다. 내달 2일 정부의 2017년 본예산 제출에 앞서 추경 처리가 불발될 경우, 20대 국회는 추경안을 처음으로 폐기한 불명예를 안게 된다. 조선업계 부실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 역시 불가능해진다. 이런 와중에 일부 의원들은 추경안에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구태를 반복했다.
여야는 23일에도 이틀째 원내 협상을 중단한 채 설전을 이어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내 특정 강경세력이 여야 협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4차례 언급된 ‘특정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초 여야가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에 의견 접근을 이뤘고, 추경 처리에도 공감했다”며 “그런데 어제 더민주 의원총회 직후 야당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가 18일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증인에서 빼주는 대신,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연석회의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해운ㆍ조선산업 구조조정 지원이 다수 포함된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대우조선해양에 정부가 공적 자금을 쏟아 부은 경위를 따지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한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최 의원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제대로 된 원인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민이 모두 강경세력이냐”고 정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최경환, 안종범 두 사람이 추경에서 지원할 5만명의 실직자보다 더 중요하냐”고도 했다. 여당은 서별관회의가 역대 정권들이 해온 경제정책 협의체에 불과한데, 야당이 정치공세를 위해 두 사람을 증인으로 요구한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先)추경, 후(後)청문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3당은 추경 처리는 22일, 기재위ㆍ정무위 청문회는 23~25일에 열기로 합의했었다.
여야가 정쟁을 거듭하는 동안 추경 처리는 점차 실효성이 떨어지는 시간대로 진입하고 있다. 추경안 처리와 집행까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기획재정부의 준비 등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새누리당과 정부는 24일 ‘2017년 예산안 최종 당정협의’를 예정대로 개최키로 했다. 내년 본예산에 추경을 포함시켜, 8월 임시국회의 추경 처리는 포기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진행된 일부 상임위원회의 추경 심의에서, 당초 취지와 다른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챙기기 관행이 반복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정부의 추경안에 없던 ‘광양항 활성화’와 ‘대단위 농업개발 사업예산’이 각각 6억원, 60억원 추가됐고, 산업통상자원위에선 전액 삭감 의견이 제기된 ‘조선해양산업 활성화 기반조성 예산(160억원) 중 80%(120억원)가 되살아났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