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 안면 튼 마약사범과
호형호제하며 범죄자 친분 넓혀
도피 돕고 증거 인멸까지 주도
-룸살롱에서 술ㆍ성매매 접대
재판부 “대가성은 인정 어렵다”
檢, 집유에 불복 항소심 진행
마약사범 검거 실적이 우수한 베테랑 경찰관이 지명수배 중인 마약범죄자에게 수사정보를 흘리며 ‘도피 코치’를 했다가 징역형 판결을 받았다. 도피범의 지인인 다른 마약사범으로부터 룸살롱에서 술과 성매매 향응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 김동현)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범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소속 A(41) 경사에게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10월 필로폰 판매 등 12건의 혐의로 지명수배돼 도피 중이던 최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네가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확보해 동선을 파악했다. 당장 휴대폰 전원을 끄고 새 번호로 개통하라”고 코치했다. A씨는 같은 달 또 전화해 “경찰이 네가 지금 거주하는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을 파악했다. 당장 옮겨”라며 최씨가 대구로 도피하도록 도왔다.
A씨는 자신이 수사했던 또 다른 마약범죄자 박모씨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되면서 도피 도우미로 나서게 됐다. A씨는 2014년 3월 마약투약 혐의로 자신에게 조사를 받던 마약사범 박씨가 추가 범죄를 제보하며 협조하자 “대구 지역 선배네요”라며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박씨는 같은 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석방되자 A씨가 수사과정에서 힘을 썼다고 판단, 출소 당일 A씨에게 연락해 A씨 및 동료경찰관들과 술을 마셨고 이후 절친으로 지냈다. A씨가 수배자 최씨에게 전화로 거듭 수사정보를 흘릴 때도 박씨는 옆에서 듣고 있었다. 2013년 6월 출소 뒤 바로 수배된 최씨는 이듬해 10월 잡힐 뻔했다가 A씨의 도움으로 지난해 6월에야 체포됐다.
최씨의 검거 석 달 전에는 박씨가 A씨를 대구의 한 룸살롱으로 불러 술을 함께 마시며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배된 최씨의 도피를 도운 답례를 박씨가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10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또 다른 마약사범 서모씨의 마약투약 고백을 듣고서 간이시약 검사기로 양성반응을 확인했지만 검사기를 부수고 수사하지 않기도 했다.
재판부는 “마약수사대 경찰관이 본분을 저버리고 마약사범에게 수사정보를 알려주고, 양성반응을 확인하고도 증거를 인멸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마약사범 검거 실적이 높은 점, 판결 확정시 경찰공무원으로 더는 일을 못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최씨에게 수사 정보를 준 것과 박씨의 접대 사이에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부정처사후수뢰)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과 A씨 모두 법원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항소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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