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유통기한·품질 속이기도
납품 대가 16억 상품권 검은 유착
초중고 급식비리 670건 적발
안전성 조사 안 받고도 ‘인증마크’ 버젓이
남은 급식 예산 반납 않고 교직원에 ‘갈비 파티’
경기 하남시의 A식재료업체는 씻거나 껍질을 벗긴 농산물을 수도권 50곳 남짓의 초중고교와 급식업체에 공급해왔다. 이 업체의 ‘유기농ㆍ무농약 감자’는 곰팡이가 핀 일반 감자의 껍질을 벗긴 후 씻어 친환경 감자와 섞은 것이었다. 심지어 농산물 세척에 사용한 물은 대장균 여부 등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지하수였다. 종업원 12명은 장티푸스 결핵 등 감염병에 대한 건강검진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2014년부터 올해까지 2년6개월간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원, 대상, CJ프레시웨이, 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학교급식 가공품시장의 60%를 점유하는 4개 업체는 자사 물품을 구매하는 학교 영양사에게 상품권 선물세트 영화티켓 등을 안겼다. 이들 업체가 최근 2년6개월간 전국 3,000여개 학교에 납품 대가로 준 상품권 등은 1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납품업체 관리는 소홀했다. 이들에게 식재료를 제공한 납품업체 일부는 유통기한이 확인되지 않은 자투리고기로 제조한 돈까스 등 부실한 먹거리를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 밥상(급식)이 불량 부실 부패 부정 비리 탐욕 몰상식 등 세상의 모든 악한 것으로 차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4~7월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 1만2,000여개 초중고교에서 매일 614만명의 학생들이 먹고 있는 학교급식의 생산 유통 소비 모든 과정이 문제투성이였다.
적발 건수로 드러난 결과는 참담하다. 전국 식재료 생산 농가, 가공ㆍ유통업체 2,415개를 점검해 129개 업체에서 입찰담합 등 202건, 274개 초중고교를 점검해 급식 계약 부정적 등 471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학교와 식재료 업체간 유착 의혹도 4건 확인했다.
식재료 생산ㆍ가공 단계에서는 식재료 품질 ‘둔갑’이 빈번했다. 업체들은 냉동육을 냉장육이라고 속이거나 유통기한을 바꿔 납품했고, 일반 돼지고기인데도 약초 성분의 친환경 사료를 먹인 돼지로 속여 100억원 어치를 납품하기도 했다. 품질이나 원산지 등을 속여도 학교에서의 식재료 검수과정에서 육안으로 이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약 5만원인 식재료 보관창고ㆍ운반차량에 대한 소독비용을 아끼기 위해 1만원을 주고 허위 소독증명서를 받았다. 식품 제조 유통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지 않았는데도 해당 마크를 버젓이 표시해 팔았다.
유통 단계에서도 불법이 만연했다. 일부 업체는 담합해 낙찰률을 높인 후 낙찰된 학교에서 가까운 업체가 식재료를 공급하도록 명의를 주고받았고, 일부는 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10여개의 유령업체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학교 역시 특정업체와 부당한 수의계약을 하거나 급식 예산을 낭비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는 연말에 남은 급식 예산을 학부모에게 반납해야 함에도 한우갈비 120만원어치를 구입해 교직원에게 점심식사로 제공했다. 정부는 급식 비리와 관련된 학교 관계자 382명에 대해 징계 조치 등을 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별 급식 만족도 평가결과, 위생ㆍ안전점검 결과, 급식 비리 등 운영실태를 내년 상반기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또 품질이 낮은 식재료 납품을 막기 위해 식재료 품질ㆍ위생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검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한다. ▦식재료 1차 손질업체에 대한 위생관리 매뉴얼 제작 ▦입찰비리 관제시스템 구축 ▦급식 업무 내부 감독 강화 등도 내놓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170명 규모의 전국 학부모 급식모니터단을 구성해 급식 현장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