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백 명의 환자가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되고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는 등 후진국형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의 10년간 내원 환자 5,713명을 조사한 결과, 508명(8.9%)이 C형간염에 감염됐거나 항체양성자로 판명됐다. 이는 국내 C형간염 항체 양성률 평균의 30배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올해 초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 이어 벌써 세 번째 C형간염 집단 감염 사례다.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 내원자를 대상으로 전파 요인을 조사 중이며 아직까지 감염 경로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이 척추, 목, 골반 등의 통증치료를 주로 해 온 만큼 주사요법 등 침습시술 과정에서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집단 감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건당국이 서울현대의원의 집단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도 올해 2월 이 의원이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만일 제보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집단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장기간의 폭염으로 콜레라 뎅기열과 같은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당국은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59세 남성이 콜레라 환자로 확인된 만큼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다.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기는 15년 만이다. 올 하반기에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지카,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C형간염은 주사기 재사용 등 비위생적이고 후진적인 의료환경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콜레라는 물 위생 상태가 나쁜 저개발국에서 많이 발생해 대표적 후진국병으로 불린다. 이처럼 후진국형 감염병이 확산되는 건 방역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전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렸다는 방증이다.
보건당국은 무더위로 각종 병원체가 창궐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모기 등 해충 서식지를 없애고 오염된 지하수나 어패류 등 감염원 차단에 힘써야 한다. 특히 C형간염은 백신이 없고 감염되면 70% 이상 만성화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전할 우려가 큰 만큼 의료기관 내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법에 대해 의사면허 취소 등 엄중 처벌하는 등 재발 방지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차제에 고위험 감염군 의료기기 일제 점검 등 후진적 감염사고를 막을 후속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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