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처음 개최한 수영대회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운영 과정에서 수영대회 수영 규정을 지키지 않은 데다 체온 조절에 악영향을 주는 슈트 착용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최 측은 지난 20일 대회 시작 전 코스 가운데 수온 측정 결과 32.3도 가량 나왔는데도 대회를 강행했다. 이는 세계수영연맹(FINA)의 오픈워터 수영대회 가능 수온 기준(16~31)을 웃도는 것이다. 주최 측은 대회 운영 당시까지 이런 규정조차 몰랐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세계수영연맹의 수온 규정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주최 측은 폭염 속 수영대회 참가자들의 체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수트를 착용토록 했다. 세종수영연맹은 참가자 모집 안내문에서 ‘경기규칙 및 방법’을 통해 선수들에게 웻슈트를 반드시 착용토록 했다. 하지만 대회 당일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자율에 맡긴다’고 방침을 변경했지만, 일부 참가자가 슈트를 입고 대회를 치렀다. 숨진 한 씨도 이날 슈트를 입은 채 전체 코스(1.5㎞) 가운데 1㎞ 가량을 역영하다 변을 당했다.
한 스쿠버다이빙 전문가는 “물 속에서 슈트는 기본적으로 피부 보호와 함께 체온 유지를 위한 장비 중 하나”라며 “웻슈트는 몸과 슈트 사이에 들어찬 물이 데워진 채 남아 체온 유지를 돕지만 폭염 속에선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호수공원의 환경이 수영대회를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최 측은 대회 수일 전부터 수초(말풀) 제거작업을 했지만 결국 일부 말풀을 정비하지 못한 채 대회를 강행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수초에 팔 등 신체 일부가 걸려 물살을 가르기 어려웠다”고 주최 측에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호수공원은 인공호수인 탓에 물이 흐르지 않아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질도 나빠 수영대회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와 시체육회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이번 수영대회를 위해 안전요원 15명과 심판 5명, 육상구조요원 4명, 119수상구조대 및 보트요원 3명, 구급차 3대를 대기시켰다. 참가자 100명에 20명이 넘는 구조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운영 과정에서 허술함을 드러내 참변으로 이어졌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시에서 여는 첫 수영대회여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해 죄송하고, 또 유감스럽다”며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경찰서는 지난 20일 제1회 세종시수영연맹회장배 전국 오픈워터 수영대회 사고 직후부터 세종시체육회와 세종수영연맹 등 대회 관계자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 및 과실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시체육회로부터 대회 참가자 명단 및 서약서, 건강상태확인서 등 관련 자료도 제출 받았다.
대회 참가 도중 숨진 한모(39)씨에 대한 부검도 22일 이뤄졌다. 경찰은 1차 검안에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부검을 의뢰하려다 유족들의 뜻을 받아들여 일단 유보했다. 하지만 사건 수사에서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진행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심정지 및 익사소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부검 결과는 2~3주 뒤 나올 예정이며, 수사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이렇다 하게 과실 여부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고 당시 환경과 관계자 진술, 관련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해 과실 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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