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사회 비판적 대사를 했다가 관련 단체로부터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를 당한 개그맨 이상훈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너무나도 당연시 되던 개그맨의 사회 풍자가 새삼 사람들 입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지난 5월12일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명예를 훼손 혐의로 이상훈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이상훈이 같은 달 8일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어버이연합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대사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상훈이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동료 출연자의 질문에 "어버이연합"이라며 "어버이연합은 가만히 있어도 계좌로 돈을 받는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지원을 받으며 전경련의 의사대로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두 단체의 유착 관계를 비판한 것이 곧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어버이연합은 "연예인으로서 어떤 사안에 대해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가치적인 중립을 지켜야"한다며 "어버이연합에 당시 한 공연한 모독과 조롱으로 어버이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의 고소에 대해 사회 풍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사회적 분위기에서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쓴 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상훈은 이날 무혐의 처분 소식을 듣고 한 숨 돌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 온라인 매체에 “주변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감사했다”며 “해결이 잘 됐으니 앞으로도 코너를 더 재미있게 꾸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네티즌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이상훈에게 다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왜 연예인이 중립을 지켜야 해? 연예인이 공무원이야?”(rout****)라고 반문하는 글을 기사 댓글란에 올리거나 “이 X의 나라는 풍자도 죄가 되니… 여기 민주국가 맞나요”(yanu****)라며 분노를 터트리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뼈있는 말도 적지 않았다. “사회 비판 풍자도 못하면 그게 개그냐?”(toma****)는 글은 비판과 풍자가 위축된 사회에 대한 통렬한 펀치나 마찬가지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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