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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목수의 아우라

입력
2016.08.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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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가 다녀갔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그가 마침 방문이 가능한 목수이겠거니 했는데, 첫눈에 본 그는 예술가였다. 그는 이사할 집 대문 앞에서 자재 담당 직원과 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집안이 퍽 운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안을 둘러보고 나서 생각은 바뀌었다. 그는 집이 너무 습하기 때문에 오래 살면 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뒷집에서 우물을 메우는 바람에 물길이 변해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인이 그처럼 집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팔 생각만 하고 있으니 돈을 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내가 이사해야 할 형편임을 말하자 그는, 의뢰하려는 일에 경비를 얼마쯤 잡고 있는지 물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질문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다시 한 번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이런 일을 의뢰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백만 원 정도를 예상했다고 대답했다. 그의 다음 말은 상식을 깼다. “그 백만 원을 받아 제가 사십만 원짜리 제습기를 사드릴게요. 이 집에 꼭 필요한 거니까요. 육십만 원은 제가 일한 비용으로 받겠습니다.” 옆에 섰던 직원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으로 봐서 그가 그런 말을 평소에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일감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왔다”던 그의 말에 거짓이 담겼을 리 없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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