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협의→한미 공동평가→주민의견 수렴→최종부지 발표
軍 “성산포대가 최적지, 더 적합한 곳이면 바꿀 것” 눈치보기
김천과 성주 지역 민심이 최대 변수
줏대없이 여론에 휘둘리는 국가안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배치할 경북 성주군 내 제3후보지를 놓고 국방부가 줄타기를 시작했다. 성주군의 반발로 등 떠밀리듯 새 부지 물색에 나섰지만, 유력 후보지 인근의 김천시 또한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중차대한 국가안보가 여론 눈치보기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한미 양국이 지난달 성주 성산포대를 사드 배치의 최적지로 결정할 때는 군유지(국유지)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건의하는 민유지(사유지)도 검토 대상이 된다”며 “제3후보지 중에 가장 적합한 곳이 나오기 전까지는 성산포대가 최적합지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제3후보지로 바꿀 수도, 기존 결정대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먼저 성주군과 협의를 거쳐 제3후보지를 추릴 예정이다. 거론되는 사유지는 초전면의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과 금수면 염속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이다. 이에 국방부는 ▦작전 운용성 ▦주민·장비·비행안전 ▦기반시설 체계 운용 ▦경계보안 ▦공사소요 및 비용 ▦배치 준비기간의 6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염속산과 까치산은 산 정상을 깎는데 1,000억원 이상이 들고 기지조성에 4,5년이 걸려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성주 골프장의 경우 접근성이 좋고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기존 성산포대와 입지 조건에 큰 차이가 없다. 군 관계자는 “제3후보지가 추려지면 한미 공동실무단이 먼저 평가할 것”이라며 “평가 과정에 지자체를 어떻게 참여시킬지는 좀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근 주민의 반발이다. 유력 후보지인 성주 골프장도 1.5㎞ 거리에 400여명이 사는 민가가 있고 김천 혁신도시와는 고작 7㎞ 거리다. 국방부는 “해당 지역 주민을 일일이 만날 수는 없고 김천시, 성주군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주에 이어 김천에서도 조직적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사드 부지 발표 이후 한달 간 성주군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의사소통 창구조차 마련하지 못해 지역 반감이 고조되는 최악의 결과로 치달았다.
성주 골프장의 경우 부지 매입 비용도 부담이다. 당초 국방부가 전국 10곳의 군 소유 국유지만을 대상으로 사드 부지를 검토한 것도 돈 문제 때문이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제3후보지를 선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 매입에 정부예산이 얼마나 들지, 국회 비준이 필요한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흐렸다. 성주골프장의 전체 부지가격은 2,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면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정부 예산 처리 과정에서도 여소야대 국회의 야권이 제동을 걸 경우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소지도 있다. 201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 당시에도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발 속에서 해군기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등 여야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제3후보지 검토를 위한 미군과의 협의나 내년 말까지 사드를 배치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국방부가 급작스럽게 사드 부지를 발표할 당시, 미군 고위관계자가 불참하면서 이상한 모양새를 연출한 전례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국내 정치에 자꾸 사드를 이용하는 것에 미군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