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정보이사)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픈 통증이 한 달에 절반 이상 나타나고, 때로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 눈부심, 눈이 뻐근하거나 빠질듯한 통증이 동반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증상이 사흘 내내 이어진다. 두통이 있을 때 소란스럽거나 조명이 밝으면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이는 만성편두통으로 수개월, 수년을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만성편두통은 한 달에 15일 이상을 두통 속에서 살며 이 가운데 8번은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통증질환이다. 여성과 중년 환자가 많은 편이며,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두통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겪는다. 두통으로 직장이나 학교에 결석하는 일도 잦아 직장생활을 포기하여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통도 병이다.’ 대한두통학회가 진행하는 캠페인의 슬로건이자 대부분의 두통 환자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95%가 넘는 두통 환자들은 두통을 의사의 전문 치료가 필요치 않은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고, 약국에서 구매한 진통제만으로 통증을 억제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전문 치료 대신 진통제만 지속해서 복용하면 두통이 악화되기 쉽고 진통제 남용에 의한 또 다른 두통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두통클리닉으로 내원하는 만성편두통 환자 3명 중 1명은 진통제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평소보다 두통이 자주 발생한다 싶으면 즉시 두통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고 질환이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만성두통으로 진단되면 1차적인 치료법으로 약물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약물치료는 두통 발생 시점에 약물을 복용해 단시간 내에 통증을 경감시키는 급성기 약물치료와 두통 발생과 관계없이 수 개월간 약물을 꾸준히 투약하며 두통 발생을 예방하는 예방 약물치료가 있다. 이 치료에서 효과가 부족하거나, 약물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에는 주사치료가 도움될 수 있다.
주사치료는 보툴리눔 톡신을 이마, 옆머리, 뒷머리 등 31곳 정도에 약물을 나눠 주입하는 방식이다. 1회 치료로 3개월 가량 효과가 지속돼 매일 번거롭게 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 최근 만성편두통 환자에게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으로, 두통을 완화하고 두통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만성편두통 치료로 승인을 받았다. 3회까지 꾸준히 주사치료를 받았을 때 70%의 만성편두통 환자에서 두통일수가 50% 이상 감소해 난치성편두통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한 달의 절반 이상을 두통을 겪는 만성편두통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은 두통뿐만 아니라 잦은 두통에 의한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 문제도 동반돼 이에 따른 삶의 질 저하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잦은 두통은 수개월, 수년 동안 삶이 괴로워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이 점을 유념해 두통치료의 필요성을 올바로 인식한다면 만성편두통과 멀리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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