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경감 재직 시 음주운전 사고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게다가 그는 당시 경찰 조사 기록 등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의혹을 규명할 기회조차 막고 있다. 13만 경찰을 지휘할 책임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는 1993년 11월 점심 때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만취상태로 중앙선 침범 사고를 냈다. 자신의 승용차를 비롯해 다른 두 대의 승용차를 크게 파손한 대형사고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너무 정신이 없고 부끄러워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징계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 덕분에 그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 기소에 그쳤다.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의 최고 책임자의 음주사고 전력만도 큰 흠이고, 허위 진술로 신분을 속인 것은 더욱 중대한 결격사유다.
하지만 이조차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음주운전 사고에서 신분을 은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의자가 신분을 숨겨도 경찰이 관계 기관에 자료 요청만 하면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조사담당 경찰관과의 공모 등 내부에서 사건을 덮었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일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단순 음주운전도 최소 정직처분을 받고 심한 경우 해임까지 당한다. 사고 당시가 음주운전 징계 강화 이전이라 해도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은 8대 중과실의 하나로서 엄격한 처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가 사고 조사 내역을 수 차례 요구했지만 그는 제출하지 않았다. 교통사고 조사 기록 보존 연한이 25년이어서 경찰과 검찰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큰데도 “찾을 수 없다”고 버텼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신분까지 은폐한 사람이 경찰 총수에 오르는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경찰 내부에서도 “음주단속에 기강이 서겠느냐”며 불신이 팽배하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후보자를 검증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 점이다. 이 후보자가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한 점을 고려해 봐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럴듯하다. 각종 의혹에 휘말린 ‘우병우 표 검증’에 대한 불신만 부추긴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와 무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서도 이 후보자의 경찰 총수 취임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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