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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슈퍼마켓, 절전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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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슈퍼마켓, 절전을 팝니다

입력
2016.08.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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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너지 자립 마을을 가다

상도동 성대골 에너지 협동조합

주부들 집집마다 절전 컨설팅

공용시설엔 태양광 설비 설치

LED조명 쓰면 착한가게 인증도

전기 사용량 3년간 3.4% 줄여

서울시내 에너지자립마을 55곳

2년 만에 사용금액 20%대 절감

김소영 마을닷살림 대표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에너지슈퍼마켙'에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형상화한 스티커를 보이고 있다.
김소영 마을닷살림 대표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에너지슈퍼마켙'에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형상화한 스티커를 보이고 있다.

“이 곳은 에너지 절약을 파는 유일무이한 상점입니다.”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입구에서 언덕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면 ‘에너지슈퍼마켙’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성대골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에너지를 전면에 내걸고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23㎡ 규모의 작은 매장에는 단열재, 태양광 충전기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제품들이 빼곡했다. 조합원은 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 에너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단열공사 등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컨설팅도 해준다. 냉ㆍ난방, 조명 등에 필요한 전력은 가게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로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영 마을닷살림 대표는 “상점의 이름은 영어‘에너지’의 앞 글자 ‘E’의 의미를 살려 ‘슈퍼마켓’이 아닌 ‘슈퍼마겥’으로 지었다”면서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에너지 운동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에너지 사랑방’”이라고 소개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게를 보다가 들어와 상담을 받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성대골 주민 정연신(34)씨는 “중간 유통과정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좋다”면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있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에너지 절약 팁을 쉽게 가르쳐주고, 시나 구에서 진행하는 정책을 소개해 준다”고 말했다.

에너지슈퍼마켙이 자리 잡은 상도동 성대골 마을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생산활동을 통해 자립을 꿈꾸는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이 마을이 서울시에 있는 에너지 자립마을 55곳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태양광발전 같은 에너지 생산방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2012 에너지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주민 스스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마을 차원에서 창의적인 운동을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평범한 마을이 에너지자립의 대표 모델로 떠오른 계기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그 당시 위기감을 느낀 주민 30여명은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손쉬운 실천 방법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런 시도는 ‘성대골에너지절전소’을 탄생시켰다. ‘에너지 절약이 에너지 생산’이라는 생각으로 주부들이 직접 나서 가정별 전기요금 고지서 분석하고 직접 절전 컨설턴트로 나서 집집마다 다니며 상담을 했다. 전체 조명의 50% 이상을 LED전구로 바꾸고 간판 타이머를 설치한 동네 가게에는 ‘착한 에너지 가게’스티커를 붙였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전기사용량이 감소한 것이다. 절전소 운동을 전개한 2013년 연평균 1인당 전기 사용량은 동작구 전체의 경우 2010년과 비교해 4.7% 늘었지만 성대골에서는 오히려 3.4% 줄었다.

실험은 절전운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에너지를 전면에 내건 온ㆍ오프라인 통합 상점을 열고, 태양열로 움직이는 이동식 카페도 만들었다. ‘해바라기’라는 이름을 단 트럭에서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커피 기계와 솜사탕 제조기를 돌린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 주민센터 등 마을 거점마다 태양광ㆍ태양열 온풍기를 달고 적정기술을 이용한 벽난로를 설치했다.

주민들은 에너지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상도4동의 국사봉 중학교에서 주민 4명으로 시작한 에너지 특강은 동작구뿐 아니라 다른 구에 속한 20여 개 학교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꾸준히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데 교육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면서 “앞으로도 에너지 특강과 세미나, 에너지축제 등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2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시작, 현재 공동주택, 단독주택 마을 등 55곳의 에너지자립마을을 지원ㆍ육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에너지절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성대골 마을을 포함한 에너지자립마을은 지난해 총에너지 사용금액을 2년 전보다 23∼29% 절감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에너지슈퍼마켙은 에너지를 전면에 내건 국내 최초의 상점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에너지슈퍼마켙은 에너지를 전면에 내건 국내 최초의 상점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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