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다이제스트 “주목해야 할 루키”
지난달엔 바바솔 챔피언십 2위로
‘될성부른 떡잎’ ‘한국 남자골프의 희망’ ‘골프 천재.’
김시우(21ㆍCJ대한통운)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다. 그만큼 한국 골프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180㎝, 85㎏의 건장한 체구를 바탕으로 서양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장타력을 뿜어내는 화려한 플레이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시련과 좌절을 겪고도 참아내는 인내 때문이다.
김시우가 3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시우는 어린 시절부터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그는 초등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고교 1학년이었던 2011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12년 12월에는 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역대 최연소(17세 5개월 6일)로 통과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어린 나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만 18세 이상이 되어야 PGA 투어 정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8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들쭉날쭉한 실전 감각에 7차례나 컷 탈락하는 등 실력 발휘를 못한 채 결국 시드를 잃었다.
2014년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고단한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멕시코, 칠레, 브라질까지 오가는 웹닷컴 투어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장거리 이동으로 체력은 바닥나고 잇따른 컷 탈락으로 자신감마저 함께 잃었다. 10대의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상이었다.
지난해부터 김시우는 조금씩 달라져갔다. 우승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힘이 들어갔던 플레이를 고치기 위해 우승보다는‘컷 통과’를 1차 목표로 삼으면서 한층 안정감을 되찾았다. 여기에 단점이었던 퍼트까지 보완하면서 마침내 올 시즌 1부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시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9명의 루키’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 천재 김시우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던 스피스와 리디아 고가 워낙 젊은 나이에 좋은 성적을 거둬 천재의 기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김시우는 장래가 유망하다. 조만간 완벽한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김시우는 올 들어 29개 대회에 출전해 세 차례 톱10에 들며 한층 성숙된 기량을 보였다. 지난달 바바솔 챔피언십에서는 연장 접전을 펼치며 2위를 차지, 우승이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22일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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