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사신 삶이 우리에게 삶의 교과서로 펼쳐져 있습니다. 파수꾼의 함성으로 당신을 닮아 살겠습니다. 당신은 한국 현대사입니다.”(김상근 목사)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박형규 목사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으로 거행됐다. 장례예배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으며 기장 총회 부총회장인 권오륜 목사가 집례를, 기장 전 총무 김상근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참석자들은 목회자로 평생 민주화, 교회 갱신, 평화통일 운동에 매진한 박 목사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상근 목사는 설교에서 “박 목사님은 1965년 굴욕적 한일회담에 대한 반대 투쟁 당시 반대 성명을 주도하는 등 깊은 잠에 취해 있던 한국 교회를 깨웠던 영원한 스승”이라며 “늘 여성, 중고생과 대학생을 만나 가르쳤던 인재들의 광부로 그 제자들이 고통의 현장으로 퍼져 독재에 맞섰다”고 말했다. 또 “생전 말씀에 ‘인간의 영적인 구원과 사회적 구원이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일돼 있다’는 가르침을 기억하겠다”며 “우리 모두 고인을 본받아 파수꾼의 함성으로,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조사(弔詞)에 나선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한국 교회는 이웃을 위한 사명을 팽개치고 번영신학의 노예가 돼 바벨탑 쌓기에 여념이 없는데 목사님은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십니까"라며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투쟁과 고난의 시기를 함께 했던 이들은 특히 고인을 그리워하며 남은 과제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작된 민청학련 사건으로 1974년 사형을 선고 받았던 이철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장은 “소천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 터무니 없는 죄명을 뒤집어 쓴 청년들이 끝내 석방된 것은 목사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창살 안에서까지 함께 해주신 덕분”이라며 “구치소 안에서도 너그러운 웃음으로 불안에 떠는 우리를 격려하다 정치군인에겐 엄히 질책을 하던 그 기개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그간 해오신 만분의 일이라도 이제 저희들이 해나갈 테니 편히 영면하시라”고 말하다 눈물을 훔쳤다.
노동운동의 대모인 조화순 목사는 “(고인은)어려운 일을 함께 도모할 때도 ‘이거 돈 주고 배운 춤이야’ 하며 춤을 춰 분위기를 전환시켰던 ‘분위기 맨’이었다”며 “(독재정권 시절)‘같은 박씨라 봐주려고 했는데 봐줄 수 없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고 말해 추모객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날 장례예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오 전 의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강성영 한신대 총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결식 후 고인은 아내 조정하 여사가 잠든 경기 파주시 기독교상조회 묘지에 안장됐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인 박형규 목사는 빈민선교,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며 ‘행동하는 목회자, ‘길 위의 목사'로 불렸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기독교사상 주간, 서울제일교회 담임목사, 기장 총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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