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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식물성과 동물성

입력
2016.08.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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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가꾸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몇 년째 꾸준히 해오는 일인데, 꽃의 종류가 많고 영역도 넓어 풍성한 꽃을 보는 나로서는 늘 고맙게 여긴다. 그곳에서 하루 한 번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 어떤 집에서 기르다 아이를 출산한 뒤 내쫓은 녀석이라는데, 핑크라는 이름도 있다고 한다. 바깥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다치는 그 녀석에게 약을 먹이면서부터 그 장소에서의 급식이 시작되었다. 늘 조심했다지만 나리꽃 꽃대가 하나 꺾임으로써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늘 피해 다니는 사람은 핑크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다. 그들의 신경전에 더 적극적인 사람은 꽃을 가꾸는 사람인데, 고양이 핑크의 밥을 보는 즉시 없애버린다. 나도 약을 탄 고양이의 밥이 그릇째 버려진 것을 본 적이 있고, 벌레가 끓는 간식 그릇도 보았는데,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식물을 가꾸는 마음도 아름답고 버려진 동물을 돌보는 마음도 아름다운데, 그들을 보는 마음은 좀 복합적이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정석처럼 첫 직장에의 한 상사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가 난초광이라 했던 그는 편법에 능했고, 씀씀이도 감정도 인색한 사람이었다. 그가 하루에 몇 시간씩 난초와 대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마지막 코드를 잃은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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