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8월 22일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트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 논거 중 하나가 빌 클린턴 행정부의 복지개혁이다. 편모 가장을 ‘편파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층 백인 남성들을 장기적으로 소외시켰다는 논리다. 1996년 8월 22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의회가 가결한 그 문제의 복지개혁법안(PRWOA)에 서명했다.
96년 복지개혁법의 요지는, 기존의 연방 복지급여 지원금과 아동부양가족지원금(AFDC)을 폐지하는 대신 빈곤가구 임시지원(TANF) 프로그램 명목의 포괄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원 주체를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로 이양하는 거였다. AFDC는 극빈가구에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근로 동기부여가 취약하고 빈곤 극복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로 도입된 TANF는 수혜 대상자(18세 미만 아동을 둔 월소득 1,500달러 미만 가구)가 근로 교육프로그램 이수 등 일자리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주당 일정 시간의 노동을 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 보조금 역시 현금이 아닌 식품 교환권과 공공주택 지원 등 현물 위주로 전환했다. 복지수급가구의 90%가, 짐작할 만한 이유로 편모가정이었다.
클린턴의 개혁은 복지론자들은 물론이고 클린턴 행정부 내에서도 복지의 후퇴라며 반발이 컸다. 장하준 같은 이도 1950~73년 자본주의 황금기 서구 국가들의 부자 중과세와 소득분배 기조가 70년대 중반 이후의 성장률 감소와 시장자유주의자들의 공세로 부자 감세 기조로 전환하는 변화의 절정에 96년 복지개혁이 있다고 썼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하지만 클린턴 개혁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복지 수급건수는 2000년까지 급격히 줄어 1970년 이래 최저 수준이 됐고, 저소득층 여성 취업률도 94년의 44%에서 2001년 66%로 급증했다. 연평균 소득도 1만8,000달러에서 5년여 사이 2만 3,000달러가 됐다.(‘경제학자들의 목소리’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엮음, 김홍식 옮김, 한국물가정보)
이면도 보라는 지적, 즉 여성 가장들의 근로비용과 아동 복지, 근로능력이 없어 복지 혜택을 못 받는 가구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복지개혁 이후 싱글맘 경제활동의 증가가 저학력 백인 남성들의 경제활동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위스콘신-매디슨대 빈곤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도 그 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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