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회견서 다시 불지펴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개헌입장ㆍ역할 밝혀야”
韓中보다 韓美동맹 강조하며
“수권정당으로 냉정히 시인을”
선명성 경쟁 당 대표 후보 일침
고별만찬선 “당 변화해야 집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경제민주화와 책임정치, 굳건한 안보, 이 세가지 축이 대선 승리의 관건이며,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개헌”이라며 다시 한번 개헌 불지피기에 나섰다. 대선 국면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와 함께 개헌론을 카드로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1월 부도 직전에 놓인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4ㆍ13 총선에서 원내 1당이란 깜짝 성적표를 거둔 그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면 물러난다.
김 대표는 이날 퇴임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전대가 끝나자마자 개헌에 관한 입장과 역할을 마땅히 밝혀야 한다”며 “정당,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 특위 설치를 다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기를 단축해가면서 개헌할 대권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온 김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대선 주자들과 전략적 제휴를 꾀할 가능성을 연 셈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구심점이 된 ‘개헌 연합’ 세력이 만들어져 당장 올해 후반기부터 본격화 될 대선 후보 레이스에서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를 언급하며 “더민주는 수권정당으로서 국익 우선 순위를 역사적 맥락을 따져야 한다”면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생존 문제인 반면, 한중관계는 경제와 번영의 틀에서 이해돼야 한다. 아직까지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한미동맹 우선론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노동자’문구 강령 삭제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체성이니 하는 것들은 말하지 않는 게 좋다”며 “정당이 도그마에 집착하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 당 대표 후보들에겐 혹평을 가했다. 김 대표는 추미애 후보를 겨냥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내가 탄핵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어떻게 갈지 뻔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후 자신이 전대 출마를 만류했던 이종걸 후보를 만나 조언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비대위원들과의 ‘고별만찬’에서도 당을 변화시켜야 집권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당을 향해 이런 주문을 하겠다”고 말해, 퇴임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예고했다. 김 대표는 당분간 전국 강연을 통해 경제민주화 알림이 역할에 전념한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그 어떤 책임이라도 떠맡겠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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