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규 목사 빈소서 15분간 회동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1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직접 만나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손 전 고문도 선문답(禪問答) 혹은 웃음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정치적 뜻을 밝히지 않았던 최근 행보와 달리 안 전 공동대표와 개별 만남을 약속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날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손 전 고문과 회동을 가졌다. 그는 “요즘은 예전에 (손 전 고문이) 하셨던 말씀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고 먼저 운을 띄운 뒤 “언제 한 번 편한 시간에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 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손 전 고문이 2012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내세운 대표적 정치적 슬로건이다.
안 전 공동대표의 적극적 발언에 손 전 고문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 전 공동대표의 손을 잡으며 “언제 한 번 좋은 자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눕시다”고 화답했다. 회동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자 동석한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산에서 내려오시면 저희가 집을 잘 지어놨으니 와서 좀 편히 쉬시고 (능력도) 좀 빌려달라”고 직접적으로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15분간 이어진 면담이 끝나자 안 전 대표를 직접 배웅했다.
손 전 고문의 이날 반응은 야권 내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선 손 전 고문이 최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만났을 때의 태도와 비교하면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실제로 손 전 고문은 지난 6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에서 문 전 대표를 만났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아주 좋다. 빨리 돌아오셔서 힘을 주시라”고 말했지만, 손 전 고문은 웃음만 지었다.
손 전 고문 측과 가까운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치에 복귀할 명분을 찾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이라는 경우의 수를 긍정적으로 살펴보는 것일 뿐”이라며 “기존 야권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판이 짜지는 시기를 노리는 손 전 고문이 쉽게 움직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관측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