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베트남 등서 영화제작ㆍK팝 교실
제빵훈련원 운영 핵심기술 전수도
국내에선 中企 판로 확대 지원
“레디(Ready), 액션(Action)!”
카메라 촬영이 시작되자 리선(가명ㆍ16)군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피아노를 쳐보지만 실수 연발이다. 촬영장은 금세 웃음바다로 변했다.
“메이관시, 부야오진장(沒關係 不要緊張·괜찮아, 긴장하지마).”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리선군은 연기를 이어갔다. 또 다른 친구인 린린(가명ㆍ15)양의 발레도 뒤따랐다. 멜로디에 맞춰 사뿐사뿐 스텝을 밟는 린양의 동작이 클로즈업 되면서 감독의 오케이 신호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이 완성됐다.
지난달 말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한중 청소년 5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영화 창작 교육 ‘토토의 작업실’ 현장 풍경이다. CJ CGV에서 운영중인 이 작업실은 시나리오 구성부터 연기와 촬영, 편집은 물론 실제 상영까지, 영화에 관한 모든 과정을 일정 기간 동안 무료 제공하는 일종의 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문화 예술 부문 인프라 보급을 위해 지난 2008년 한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2011년부터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지역까지 확대됐다. CJ CGV 관계자는 “대중화는 됐지만 영화와 같은 예술 부문의 지원은 의외로 취약한 게 현실”이라며 “그 동안 쌓아온 문화 공연 경험 등을 살려 앞으로도 국내외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CJ그룹은 세계 14개국에 정식 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이신이나 트립토판 등 바이오 제품의 경우엔 이미 세계 1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CJ그룹의 이러한 성과는 현지 시장과 협력사, 소비자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해당 지역 사회 문제 해결 도우미로 적극 나선 사회공헌활동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인재육성과 문화교류, 일자리 창출, 소득 확대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서 현지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먼저 중국에선 CJ CGV와 CJ E&M을 중심으로 ‘문화’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 2012년부터 300만 위안 규모의 기금을 마련, 중국내 농민공 자녀 학교 시설을 개ㆍ보수해주고 예술 특기생과 학업 우수생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CJ E&M도 한류 스타와 함께 매년 현지 농민공 자녀 학교를 방문, ‘한중 K팝 꿈키움 음악교실’을 운영하며 진로ㆍ인성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이 CJ CGV, CJ E&M과 손잡고 2014년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해 온 ‘한중 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도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CJ는 이 영화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를 이끌어 갈 영화 인재 발굴과 육성은 물론 양국 간 영화 산업의 창작 생태계 구축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재들에게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간다면 결국 아시아가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주력 분야인 식품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까지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서만 30개의 뚜레쥬르 매장을 개장한 CJ푸드빌은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현지 제빵 훈련원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베트남 응에안성 한베기술전문학교에 CJ제과제빵학과를 개설하고 실습 설비 투자, 강사 양성, 교재 개발 등을 지원하며 뚜레쥬르의 선진 제빵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곳에서 6개월간 60개 이상의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한다. 해당 학과를 졸업한 졸업생 가운데 80% 이상은 베트남 내 뚜레쥬르나 호텔 등에 취업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단순 원조가 아니라 정부와 기술 보유 기업이 함께 핵심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베트남 지역사회와 지속 가능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CJ제과제빵학과는 현재 베트남 외에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도 개설돼 있다.
CJ그룹은 국내에서도 각 계열사별로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사각 지대 소외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올리브영은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중소기업 상품을 적극 채택하면서 이들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아이소이, 닥터자르트, 메디힐, 바디판타지, 페이스인페이스 등이 올리브영과 더불어 성장한 대표 중소기업 브랜드다. CJ프레시웨이에선 영세한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산지계약 재배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8개 지역, 135개 농가와 계약해 연간 3,650톤에 달하는 농산물을 구매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달말 현재 780여곳과 재배 계약을 체결했다. CJ오쇼핑은 지난 2004년 중국을 비롯 전 세계 9개국 11개 지역에 구축한 홈쇼핑 채널을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홈쇼핑 업계에선 처음으로 대 ㆍ중소기업협력재단과 ‘홈쇼핑 시장개척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식품과 유통,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그룹의 핵심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등에 필요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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