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여성 비율 3% 불과
“조직 내 성 평등 문화 정착돼야”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도입했던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를 통해 남성들이 공무원시험에 속속 합격하고 있다. 드러난 통계에선 남성이 취업 약자로 보일 만큼 여풍(女風)이 거세지만 실상은 하위직 채용에 국한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도 일반직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에서 남성 응시자 4명이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적용을 받아 추가 합격했다. 지난해엔 10명의 남성이 같은 이유로 공직에 들어왔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는 한쪽 성별의 합격률이 70%가 넘으면 다른 쪽 지원자를 정원 외로 합격시키는 방식이다. 1996년 도입된 여성채용목표제가 2003년부터 남성까지 배려하는 해당 제도로 이름이 바뀔 만큼 여성의 공무원시험 합격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행정자치부의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 관련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지방직 공무원 공채시험(대부분 9급)에서 추가 합격한 남성 응시생의 수는 2011년 22명에서 2015년 173명으로 8배 폭증했다. 이 기간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전체 여성 공무원의 증가세와 여성 관리자(5급 이상) 증가 추이의 간극을 살펴보면, 이 같은 추세는 어디까지나 하위직에 한정된 것이다. 여성 공무원 수는 2010년 8만3,282명(29.8%)에서 지난해 9만9,865명(33.7%)으로 1만6,000여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여성 관리자 수는 1,750명(8.6%)에서 2,535명(11.6%)으로 70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위 공무원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지방직 공무원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여성의 9급 합격률이 높아도 고위직 승진 가능성은 희박한 피라미드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유리천장이 공무원 조직에도 공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직 사회의 성 평등을 연구한 조혜련 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임신과 출산의 경력단절 문제가 걸려 있는 여성공무원들은 기획이나 감사, 예산 같은 주요 부서에서 배제되고 민원이나 행정 업무 등에 배치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맡기 어려워 승진에서 누락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풍 착시효과가 여권 향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 평등 수준이 아직 열악해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은데도 남성들이‘역차별’이라고 반발할 빌미를 줄 수 있다”며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등 조직 내 성 평등 문화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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