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 맡아
3년간 장애인 체육에 16억 후원
선수들 ‘키다리아저씨’ 별명 붙여
장애인 삶의 질 높이기 위해
미네랄 식이요법 등 연구도
“올림픽 선수단 후원을 요청하면 관심을 보이다가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태도가 확 달라진다. ‘수고하십니다’‘검토 후 연락 드릴께요’란 답이 끝이다.”
정재준(59ㆍ아리바이오 회장) 리우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은 21일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회 공헌에는 인색한 우리 대기업 문화에 대해 이런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대기업들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올림픽이나 인기 종목 후원에는 줄을 서면서도 장애인 선수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전세기를 타고 리우로 갔지만 장애인올림픽 대표팀은 일반 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이러한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전세기를 띄우려면 8억원이 더 필요한데, 후원을 받지 못한 것. 몇몇 대기업에 부탁을 해 봤지만 23일 출국이 코앞인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심지어 한 대기업은 수년간 계속해오던 한 장애인 경기대회 후원을 올림픽을 앞둔 올해 돌연 중단했다.
결국 이번 리우장애인올림픽 대표팀을 공식 후원한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종목별로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이 30곳에 가까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장애인선수단에 1억원을 기부한 에쓰오일을 빼면 나머지 2곳은 중소기업이다. 유통기업 한국청과는 중증장애 선수들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옮길 수 있도록 비행기 좌석 상향 비용 1억2,000만원을 전해왔다. 아리바이오는 물과 물휴지, 홍삼 건강기능식품 등 5,000만원 상당의 자사 제품을 내놨다.
아리바이오와 장애인 선수들의 인연은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 대기업과 후원 협상이 결렬되며 갑자기 선수들이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지인을 통해 이 소식을 들은 정 회장은 자사의 기능수 제품 50만병을 무상 제공했다. 3년간 아리바이오의 장애인 체육 후원을 금액으로 치면 16억여원.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88억원이었다. 선수들은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란 별명을 붙여줬다.
장애인 선수들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정 단장은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실제로 휄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의 60~70%는 심혈관계 이상이나 당뇨 등 대사증후군을 앓는다. 선수들은 경기 후 일상으로 돌아온 뒤 호르몬 등의 체내 균형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아리바이오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요법 등을 연구 중이다.
정 단장은 “신체 장애나 질병을 극복하는 게 목표라는 점에서 장애인 체육 후원과 신약 개발은 출발점이 같다”고 설명했다. 생리생화학 연구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신약개발을 이끌다 2010년 아리바이오 창립에 합류했다. 정 단장은 “장애인올림픽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니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걸출한 국제 무대 장애인 선수가 생기면 후원 기업 이미지는 돈으로 따지기 힘들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성남=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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