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호앙 쑤안 빈은 영웅이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42)이 세계신기록(202.5점)을 세우면서 우승을 차지하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베트남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첫 번째 금메달이었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올림픽에 출전했던 베트남의 64년간 메달 성적은 은메달 2개가 전부였다. 이날 베트남 현지는 한껏 달아올랐다.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호앙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응웬 쑤언 푹 총리는 10만 달러(약 1억1,200만원)를 호앙에게 포상으로 주고 베트남 사격 선수들의 열악한 훈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나라는 8개국에 달한다. 호앙의 베트남(사격 남자 10m)을 비롯해 바레인(육상 여자 3,000m 장애물), 싱가포르(수영 남자 접영 100m), 요르단(태권도 남자 68㎏급), 코소보(유도 여자 52㎏급), 코트디부아르(태권도 남자 80㎏급), 푸에르토리코(테니스 여자 단식), 피지(럭비 남자 7인제)가 주인공이다.
인구 90만명의 섬나라 피지는 12일 남자 럭비(7인제) 결승전에서 영국에 43-7로 완승을 거뒀다. 피지가 영국을 꺾은 건 금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국은 럭비 종주국일 뿐만 아니라 피지를 100여년간 식민 지배한 나라기 때문이다. 때문에 피지 국민들이 느끼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피지 총리는 선수단의 귀국일을 공휴일로 정했고, 이들이 귀국하면 국기를 들고 환영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또한 첫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행사가 무려 1주일 동안 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코소보의 기수로 입장한 유도선수 마일린다 켈멘디(26)도 8일 여자 유도 52㎏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조국에 감동을 안겼다. 세르비아의 자치주였다가 내전 끝에 2008년 독립한 코소보는 20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된 뒤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승리가 확정되자 켈멘디는 코치와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켈멘디는 “코소보에는 지금도 부모의 생사를 모르고 굶주린 어린이들이 너무 많다”며 “전쟁을 겪은 가난한 나라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조셉 스쿨링(21)은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동시에 자신의 우상이었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까지 꺾었다. 스쿨링은 13일 열린 남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0초39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했다. 증조부가 영국군 장교이고 어머니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스쿨링은 다른 싱가포르 사람들과 외모가 달라 유년시절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우상 펠프스를 바라보며 수영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림픽 영웅’스쿨링의 2020년 도쿄올림픽 도전을 위해 그의 군 입대도 그 이후로 연기하도록 배려했다.
이외에도 요르단은 태권도 선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가 남자 68㎏급에서 첫 금메달을 따자 23일 귀국에 맞춰 국왕과 왕족이 직접 주관하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준비 중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첫 금메달로 한국에 감격과 흥분을 안겨준 것처럼, 각 국의 첫 금메달리스트들도 리우 올림픽을 축제로 만들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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