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광고 불법 이민 선택
클린턴의 난민 정책에 직격탄
클린턴, 두 달간 6100만弗 투입
최근엔 트럼프 탈세 의혹 제기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 간 ‘TV광고 전쟁’이 지난 주말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이미 수천만 달러를 대선캠페인 TV광고에 쏟아 부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처음으로 TV광고를 내보내며 맞불을 놓으면서다. 양측은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30초짜리 TV광고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정책 홍보와 상대후보 비판 등 치열한 미디어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19일 ‘두 개의 미국 : 이민’(Two Americas : Immigration)이라는 제목의 30초짜리 대선캠페인 TV광고를 통해 클린턴을 정면 비판했다. 어두운 화면에 클린턴의 냉정한 옆모습으로 시작되는 TV광고에서 남성 내레이터는 “클린턴의 미국은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고 불법 이민자가 범죄를 저지르면서, 미국에 머물며 사회보장혜택을 누린다”며 “그런데도 국경은 열려 있고 클린턴은 미국이 6만5,000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음악이 경쾌하게 바뀌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트럼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으로 광고는 끝이 난다.
트럼프의 TV광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과정 중에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에만 집중할 뿐 TV광고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단지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인 ‘지금 미국을 재건’(RAN)과 전미총기협회(NRA) 등 외부단체 세 곳만 1,500만 달러(약 165억원)의 돈을 투입해 TV광고를 진행해왔다. 트럼프 캠프가 선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TV광고를 하지 않아도 도발적인 발언으로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에 굳이 자체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잇단 막말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트럼프 측은 미국 노동절(9월5일) 이후로 계획했던 TV광고를 보름 이상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4개 격전지에 이달 29일까지 방송될 이번 TV광고를 위해 트럼프 측은 이례적으로 400만 달러(약 45억원)를 집행했다. NYT는 “경합 지역인 스윙스테이트에서 TV광고는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주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클린턴 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두 달간 약 6,100만 달러를 TV와 라디오 광고 등에 쏟아 부은 클린턴 측은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4개 격전지에 TV광고 비용으로 트럼프 측의 세 배에 달하는 1,200만 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클린턴 측은 앞서 18일에도 TV광고 ‘틀림없이’(Absolutely) 편을 공개해 클린턴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은 지난해 세금납세자료를 공개했지만 트럼프는 거부하고 있다며 그의 세금 탈루 의혹을 비판했다.
양당 후보 간 TV광고 전쟁이 본격화됐지만 트럼프 측이 조기에 백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TV광고를 통해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조기에 회복되지 않는다면 여기에 쏟을 자금을 대선 대신 함께 열리는 연방 상·하원선거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클린턴 측은 TV광고에 9월초까지 1,8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데 비해 트럼프 측은 9월 이후 TV광고 계획을 전혀 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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