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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한옥이라는 목공예 작품

입력
2016.08.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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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갈 집을 좀 손봐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목수를 수소문했다. 가까운 곳에 솜씨 좋은 사람이 운영하는 목공소가 있지만, 그가 주문했던 것을 한 번도 배달해 주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 출장을 와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곳에 뭔가를 주문한 뒤 나는 늘 방법을 궁리해서 직접 실어오거나 끌고 와야만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그는 머릿속에서 자연히 지워졌다. 연락처를 받은 목수는 화가들이 사는 공간을 많이 손봐 준 솜씨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뜻밖에도 그는 양평에 살면서 대부분 그 일대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속으로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그가 마침 서울에 일이 있다면서 선뜻 와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한편 경비가 걱정스러워 대충이라도 선을 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자 경비에 관한 말을 일절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보지도 않은 일감에 얼마나 받을 건지 물을 수는 없었으니. 물었다면 일당을 받을 건지, 그렇다면 일당은 얼마쯤 되는지 정도였을 것이다. 내가 의뢰하려고 하는 일이 하루 일감인지 사흘 일감인지도 알 수 없으니 힘들게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가 보내달라는 집안 사진을 찍어 보내며 어쩌면 예상외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한옥은 커다란 목공예품이니, 그가 진정한 목수이기만 하다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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