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 고위 채널에 “추가자금을 지원해 한진해운을 살리라”는 ‘구명 압박’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이에 ‘추가지원 불가’ 원칙을 내세우며 버티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채권단 흔들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9일 “최근 한진해운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면서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여러 군데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의 주체까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채권단이 3,000억원만 지원하면 되는데 (추가지원 불가 원칙이) 무슨 바이블이나 되는 것처럼 난리냐” “당신이 무슨 구조조정 박사라도 되느냐. 가능하면 원만하게 (자금을 지원해) 해결하라” 등의 표현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다음달 4일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종료에 앞서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을 막판 조율 중이다. 채권단은 대주주 한진그룹에 7,000억원 이상 자구안을 요구 중인 반면, 한진 측은 4,00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채권단 고위 채널에 전화로 직접 이 같은 압력성 요구를 할 수 있는 주체로 정치권 등을 지목하고 있다. 앞서 확실한 근거 없는 생명연장식 지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을 키웠듯, 이번에도 ‘경제 외적 논리’로 한진해운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어도 금융당국과 채권단 차원에선 국민 세금을 한 푼도 더 들일 수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을 압박하면 돈이 나온다는 나쁜 전례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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