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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 여부, 은행 특판 예금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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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 여부, 은행 특판 예금에 물어봐”

입력
2016.08.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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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효과에 문화 기여 평판도

‘대호’ 등 은행 예상 빗나가기도

영화 '인천상륙작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인천상륙작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예금금리 내리기에 바쁜 시중은행들이 요즘 유일하게 우대금리를 얹어 주겠다고 선전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각종 영화의 흥행성적과 연계된 특판 상품인데요. 굳이 이자를 더 주지 않아도 고객들 스스로 예금에 돈을 넣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마케팅을 하는 걸까요.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적에 따라 최고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올 들어서만 ‘시간이탈자’(4월) ‘터널’(7월) ‘밀정’(8월) 등 영화 성적과 연계한 비슷한 특판 상품을 3개나 선보이기도 했죠.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무엇보다 이런 상품이 은행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톡톡하기 때문입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의 흥행이 기대될수록 영화 제목이 붙은 특판 상품도 인기를 끌 것이고, 개봉 이후 영화가 대박이라도 치면 우대금리를 챙기게 되는 고객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한층 더 홍보 효과가 높아진다는 겁니다. 부가적인 효과로 “문화콘텐츠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회공헌적 평판도 높일 수 있으니, 은행으로선 요즘 이만한 마케팅 수단이 없는 셈입니다.

물론 은행들이 아무 영화나 특판 상품에 연계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나름 흥행이 기대되는 영화와 업무제휴(MOU)를 맺습니다. 때문에 은행이 어떤 영화를 특판 예금 타이틀로 붙이는 지만 보면, 그 영화의 흥행 성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돕니다.

물론 항상 은행의 예상이 적중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은행의 ‘인천상륙작전 특판 예금’은 관객 700만을 돌파하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얹어주는데, 지난 18일 기준 650만을 돌파해 상품 가입자들이 무난히 최고금리를 받을 걸로 보입니다. 반면 지난해 개봉한 ‘대호’는 개봉 전 큰 관심과 달리, 관객수가 170만명에 그치면서 관련 특판 상품 가입자가 우대금리를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에선 은행들이 내거는 최고 우대금리 요건이 너무 빡빡하다는 불평도 나옵니다.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1,000만 관객을 돌파해야 한다’는 식인데, 이런 영화를 예상한다면 굳이 예금이 아니라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지요.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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