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효과에 문화 기여 평판도
‘대호’ 등 은행 예상 빗나가기도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예금금리 내리기에 바쁜 시중은행들이 요즘 유일하게 우대금리를 얹어 주겠다고 선전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각종 영화의 흥행성적과 연계된 특판 상품인데요. 굳이 이자를 더 주지 않아도 고객들 스스로 예금에 돈을 넣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마케팅을 하는 걸까요.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적에 따라 최고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올 들어서만 ‘시간이탈자’(4월) ‘터널’(7월) ‘밀정’(8월) 등 영화 성적과 연계한 비슷한 특판 상품을 3개나 선보이기도 했죠.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무엇보다 이런 상품이 은행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톡톡하기 때문입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의 흥행이 기대될수록 영화 제목이 붙은 특판 상품도 인기를 끌 것이고, 개봉 이후 영화가 대박이라도 치면 우대금리를 챙기게 되는 고객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한층 더 홍보 효과가 높아진다는 겁니다. 부가적인 효과로 “문화콘텐츠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회공헌적 평판도 높일 수 있으니, 은행으로선 요즘 이만한 마케팅 수단이 없는 셈입니다.
물론 은행들이 아무 영화나 특판 상품에 연계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나름 흥행이 기대되는 영화와 업무제휴(MOU)를 맺습니다. 때문에 은행이 어떤 영화를 특판 예금 타이틀로 붙이는 지만 보면, 그 영화의 흥행 성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돕니다.
물론 항상 은행의 예상이 적중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은행의 ‘인천상륙작전 특판 예금’은 관객 700만을 돌파하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얹어주는데, 지난 18일 기준 650만을 돌파해 상품 가입자들이 무난히 최고금리를 받을 걸로 보입니다. 반면 지난해 개봉한 ‘대호’는 개봉 전 큰 관심과 달리, 관객수가 170만명에 그치면서 관련 특판 상품 가입자가 우대금리를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에선 은행들이 내거는 최고 우대금리 요건이 너무 빡빡하다는 불평도 나옵니다.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1,000만 관객을 돌파해야 한다’는 식인데, 이런 영화를 예상한다면 굳이 예금이 아니라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지요.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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