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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엘리트층 통치 자금까지 챙겨 탈북…김정은에 ‘이중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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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엘리트층 통치 자금까지 챙겨 탈북…김정은에 ‘이중 타격’

입력
2016.08.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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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북한식당에 근무하는 여성 종업원들이 19일 중국 선양의 코리아타운인 시타 거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내 북한식당들이 상부 지시에 따라 지난 6월 초부터 석 달째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 가운데 종업원들은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행에 관해 모른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연합뉴스
그림 1 북한식당에 근무하는 여성 종업원들이 19일 중국 선양의 코리아타운인 시타 거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내 북한식당들이 상부 지시에 따라 지난 6월 초부터 석 달째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 가운데 종업원들은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행에 관해 모른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연합뉴스

외교관 등 북한의 해외 근무 엘리트층이 탈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통치자금까지 챙겨 나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탈북자 입장에선 험난한 망명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북한으로선 내부 정보 뿐만 아니라 통치자금까지 새나가는 이중적 타격을 받는 형국이다.

580만 달러의 통치 자금을 갖고 탈북한 것으로 알려진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뿐만 아니라, 지난달 가족과 함께 탈북해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인민군 장성도 거액을 챙겨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성은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로 송금하는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는 유럽 내 북한 주재원도 지난해 수십억원을 들고 잠적, 유럽의 한 국가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인사가 챙긴 금액이 4,000억 원이란 주장도 나왔으나 북한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풀려진 액수로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해외에서 주재하다 탈북하는 엘리트층 상당수가 자신이 관리하던 자금을 챙겨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하면서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거액을 갖고 나오는 것은 불투명한 망명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엄밀히 따져 망명자가 국가의 돈을 빼돌린 행위는 해당 국가 입장에선 횡령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하지만 망명자의 돈을 몰수하거나 묶어둘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망명과 횡령은 별개로 따져야 하는 문제”라며 “망명자가 전 국가의 공금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해서 망명을 받아준 국가가 이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1951년 유엔에서 채택된 '난민지위에 관한 협정'에도 난민의 재산과 인권을 보호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난민의 재산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중국 북중접경에 있는 북한식당들이 4,5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출 사건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명에 따라 석달째 한국인 손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식당 종업원들은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행에 관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19일 오전 랴오닝성 선양의 한 북한식당 입구에서 손님맞이 대기 중인 여종업원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북중접경에 있는 북한식당들이 4,5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출 사건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명에 따라 석달째 한국인 손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식당 종업원들은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행에 관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19일 오전 랴오닝성 선양의 한 북한식당 입구에서 손님맞이 대기 중인 여종업원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해당 국가가 망명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으나, 정치범은 범죄인 인도 협정의 예외 대상이어서 이를 피할 수 있다. 탈북자의 경우 미국 등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는 나라로 망명하면 범죄인 인도 협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탈북자가 갖고 들어오는 돈은 사유재산으로 간주한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이들의 자금을 최대한 보호해주는 것이 더 많은 북한 고위층의 귀순을 끌어내는 ‘유인책’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견해다.

탈북자가 가져온 북한 정부 소유의 물건에 대해 정부가 값을 매겨 탈북자에게 돈으로 지급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1983년 미그기 전투기를 타고 남측으로 귀순한 이웅평 당시 북한 공군 대위도 미그기 값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하급 군인들도 소총 한 자루라도 들고 남측으로 들어오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북한 엘리층이 탈북 후 해외에 예치해둔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과정에서 수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갖고 국내 입국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은행에 보관해둬야 하는데 남측으로 귀순한 뒤 국적과 이름이 바뀌면 이 돈을 찾기가 까다로워진다. 한 대북 소식통은 “남측으로 들어오려는 북한 엘리트층은 자신이 챙긴 자금을 안전하게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귀순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고위층 탈북자들은 자신이 들고 온 자금으로 강남의 고급 아파트나 빌라를 구입해 살거나 교외에 펜션을 짓고 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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