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ㆍ토론회 등 7년째 교류
“이수현씨가 보여준 인간애와 용기를 가슴 깊이 새기고 갑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아이모)’에 참가한 한ㆍ일 대학생 30명이 2001년 일본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義人) 이수현씨의 묘를 찾았다.
‘아이모’는 이수현씨의 삶과 발자취를 함께 조사하고, 이씨의 용기 있는 행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가 만든 모임이다. 2010년 시작한 이 모임은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행사에 참가한 다나카 사쿠라(21ㆍ여ㆍ규슈국제대)씨는 “지난해 부산 동아대 유학 당시 한국인 친구에게 이씨의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아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며 “실제 부산에 와서 그의 삶을 자세히 알고부터 더 큰 존경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 부산 일본국총영사관으로 파견 온 다무라 미셸(25ㆍ여)씨는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이 모임은 이씨의 희생정신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하나가 되는 자리”라고 의미를 새겼다.
한ㆍ일 대학생들은 이날 이씨의 모교인 낙민초등학교와 내성고를 방문했으며, 그의 부모를 직접 만나 강연회도 가졌다. 강연회에서 이씨의 어머니 신윤찬(68)씨는 “아들은 생전에 ‘되돌아봐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즐겨 했다”면서 “보석처럼 빛나는 이 시기를 후회 없이 소중하게 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참가자들은 20일 그룹별 토론회와 참가 소감발표회 등을 가진 뒤 21일 3박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오세웅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담당자는 “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줄어들어 안타깝지만 숭고한 정신을 잇기 위해 매년 교류 행사를 열고 있다”며 “이수현씨의 아름답고 고귀한 정신을 이어가고,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바람직한 한일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해 한일 양국 간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ㆍ중ㆍ고교를 마치고 고려대를 다니던 이수현씨는 일본 어학연수 중이던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현지인 세키네 시로씨와 함께 선로에 떨어진 한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모두 안타깝게 숨졌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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