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의 동시 ‘똥개가 잘 사는 법’은 쫓겨난 똥개 이야기다. “사료도 못 얻어 먹고/신발도 못 얻어 신고” 지내다가 안온한 개집에서도 쫓겨났다. 쫓겨난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와 있지 않은데, ‘돈 한 푼 없는’ 이 똥개는 쫓겨나기 전이나 후나 아주 가난한 처지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쫓겨난 똥개는 다시 자기를 거두어 달라고 사정하거나 다른 주인을 찾아 사료와 신발을 구걸하지도 않는다. 에라, 똥개가 뭐! 그렇게 툴툴 털고, 뼈다귀를 씹으며 맨발로 으쌰으쌰 세상을 누비고 다닌다.
똥개가 넓은 세상에 나와 마음껏 똥개로 살았다니까 속 시원하고 흐뭇해야 하는데, 나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쫓겨난 똥개가 해고당해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국민의 99%가 민중이라면서 민중을 개ㆍ돼지로 취급하고, 신분제를 굳혀야 한다고 했다. 교육으로 평등사회를 만들고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새누리당 전 대표는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불리기에 몰두해서 건실한 기업이 문을 닫은 사례로 콜트악기 노조를 비난했다가 잘못된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았다. 여의도 여당 당사 앞에 천막을 치고 1년을 꼬박 농성 중인 방종운 지회장에게 이제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따뜻하게 노동자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명견이 아니라 잡견인 똥개는 사실 우리 민중과 함께 살아온 벗으로, 근엄 떨지 않고 잡스럽게 뛰놀던 자유로운 존재였다. 똥개가 집을 나가도,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도 진짜 안심되는 세상이 오면 이 우화시가 싱거워질까. 아니, 똥개가 주인으로 제집에서 발 쭉 뻗고 살고 통장에 돈도 넉넉한 세상을 불러내야 하겠지.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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