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에 잠시 자리를 내줬던 안방극장이 새 판 짜기에 돌입한다. 22일 오전 리우올림픽이 폐막하면 각 방송사의 신작 드라마들이 속속 방영을 시작한다. 올림픽이 끝나는 주에 예정된 드라마 제작발표회만 5건이다. 무주공산을 선점하려는 방송사 간의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편성표에 자리 잡는 드라마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뷰티풀 마인드’ 후속으로 22일부터 전파를 탄다.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왕세자 이영(박보검)과 내시로 위장해 궁궐에 들어온 홍라온(김유정)의 로맨스를 그린다. 관계자들은 ‘응답하라 1988’(tvNㆍ2015)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과 하이틴 여배우 김유정의 풋풋한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배출한 배우들이 하나같이 차기작에서 부진을 겪으며 일종의 징크스가 생겨났는데 박보검이 이를 피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KBS는 ‘뷰티풀 마인드’가 지난 2일 조기종방한 후 3주간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비워뒀다. 그 사이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SBS ‘닥터스’의 시청률은 더 올라 지난 8일 시청률 2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20%대로 올라섰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첫 방영되는 22일에 ‘닥터스’는 16일 결방분까지 더해 18, 19회를 연속 방영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악재다.
하지만 진짜 경쟁자는 ‘닥터스’ 후속으로 29일 첫 방영을 앞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다.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인기 소설 ‘보보경심’이 원작이라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기대작이다. 한국판 드라마에선 고려시대로 배경을 옮겼다. 태조 이후 왕권 경쟁을 펼치는 왕자들과 현대에서 고려로 타임워프한 소녀 해수(아이유)의 우정과 사랑, 왕실 암투 등을 그린다. 이준기와 아이유를 비롯해 강하늘, 남주혁, 엑소 백현, 김산호, 소녀시대 서현, 강한나 등 주목 받는 청춘 스타들이 연기호흡을 맞춘다. 100%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을 완료하고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그들이 사는 세상’(KBS2ㆍ2008)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ㆍ2013) 등을 만든 김규태 감독의 빼어난 연출도 기대요인이다.
수목드라마의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SBS ‘원티드’의 바통을 이어받아 24일부터 ‘질투의 화신’이 안방극장에 등판한다.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과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재벌남 고정원(고경표)의 삼각관계를 유쾌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다. ‘파스타’(MBCㆍ2010)와 ‘로맨스타운’(KBSㆍ2011)의 서숙향 작가가 ‘미스코리아’(MBCㆍ2014)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MBC ‘W’가 웹툰과 현실을 숨가쁘게 오가는 전개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질투의 화신’이 어떤 결정구를 던져 ‘W’를 위협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말드라마는 대폭 물갈이 된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KBS2 ‘아이가 다섯’과 20%에 육박한 밤 9시대 강자 MBC ‘가화만사성’, ‘거장’ 김수현 작가의 SBS ‘그래, 그런 거야’가 21일 한꺼번에 종방한다. 세 드라마의 거대 시청층을 어느 드라마가 흡수할지를 두고 안방극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이가 다섯’ 후속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다. 전통의 맞춤 양복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드라마다. 이동건과 조윤희, 차인표, 신구, 최원영, 라미란, 현우, 김영애, 오현경 등이 출연한다. MBC ‘불어라 미풍아’와 SBS ‘우리 갑순이’는 밤 9시대에서 맞대결한다. ‘불어라 미풍아’는 왈가닥 탈북녀 미풍(임지연)과 인권변호사 장고(손호준)가 1,000억원대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우리 갑순이’는 10년차 공시생 백수 커플 허갑돌(송재림)과 신갑순(김소은)을 중심으로 각 가족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세 드라마는 가족드라마로 명성을 떨친 작가들의 필력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불어라 미풍아’는 지난 해 방영돼 최고시청률 28.9%를 기록한 ‘장미빛 연인들’(MBC)의 김사경 작가가 대본을 쓰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백년의 유산’(MBCㆍ2013)과 ‘전설의 마녀’(MBCㆍ2015)로 연타석 시청률 30% 홈런을 날린 구현숙 작가가 집필한다. ‘우리 갑순이’는 ‘소문난 칠공주’(KBS2ㆍ2006)와 ‘조강지처 클럽’(SBSㆍ2008) ‘수상한 삼형제(KBS2ㆍ2010) ‘왕가네 식구들’(KBS2ㆍ2014)로 막장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모았던 ‘시청률 제조기’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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