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피해조사 165명 심의
애경 사용 모두 5명으로 늘어
130명은 여전히 인정 못받아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사용자 2명이 가습기 살균제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해당 제품 사용자에 대한 공식 피해 인정은 이번이 두 번째로 피해자 숫자도 5명으로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 촉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8일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는 지난해 2~12월 가습기 살균제 3차 피해조사 접수자 752명 가운데 165명에 대한 판정 결과를 심의했다. 위원회는 폐 섬유화 유무를 기준으로 피해 지원금 지급 대상인 1단계(인과관계 거의 확실) 14명과 2단계(가능성 높음) 21명을 판정한 가습기 살균제 조사ㆍ판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없음)는 각각 49명, 81명이다.
특히 이번 3차 조사에서도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자 2명이 2단계 판정을 받았다. 모두 애경 제품만을 사용한 사람들로 이중 1명은 사망했다.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는 유독물질인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다. 2차 피해조사에서도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한 피해자 3명이 1, 2단계 판정을 받았다.
애경 제품을 사용한 공식 피해자가 모두 5명으로 늘어나면서 판매사인 애경과 제조사인 SK케미칼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 결과, CMITㆍMIT로 인한 폐 손상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다고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선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은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너나우리(3ㆍ4단계 피해자 모임) 대표는 “정부 스스로가 CMITㆍMIT 피해를 공식 인정한 사례가 늘고 있는데도 검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공소시효가 끝나버릴 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관계자는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복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발표 자료만으로는 애경에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피해자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애경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판정 결과 1, 2단계 피해자 절반 이상(20명)은 12세 이하로 집계됐다. 1단계로 판정된 14명 가운데 13명, 2단계 21명 가운데 4명은 사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 접수자 가운데 어린이와 노인 등 피해지원이 상대적으로 시급한 사람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1, 2단계 피해자들의 사용 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31명ㆍ중복 사용 포함)이 가장 많았고, 이어 애경 가습기메이트(10명),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5명),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3명) 등 순이었다.
3차 조사ㆍ판정도 2013~2015년 1, 2차 피해조사 때처럼 폐 손상 여부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비염이나 천식 등 기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3, 4단계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판정 대상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피해 인정이 안 됐다. 정부는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시민보건센터 소장은 “정부는 폐 이외 질환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3, 4단계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새 기준이 마련돼 등급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기타 질환자에 대해서는 판정을 보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차 피해조사 판정 결과에 대해 재심을 신청한 18명 중 3단계 피해자 2명과 4단계 2명이 추가로 제출한 서류가 인정돼 각각 한 단계씩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내년까지 3차 조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음달부터 4차 피해조사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18일 기준 4차 피해조사 접수자는 3,031명에 달했다.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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