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기복신앙 탈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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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기복신앙 탈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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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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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문화 벗고 신행혁신 로드맵 마련키로

“젊은 신자, 출가자 감소 심각” 위기감 배경

사견 전제로 “원칙적으로 현각 스님 지적 옳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가운데) 스님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포교종책 5대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지홍 스님은 "시대와 공감하기 위해 기복신앙에서 탈피한 새로운 불자상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공

대한불교 조계종이 “기복신앙 문화에서 탈피하겠다”며 ‘신행(信行) 혁신 운동’을 시작한다. 신행은 ‘믿고 행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믿음 자체보다 수행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쓰는 불교식 표현이다. 조계종이 승려와 신자들의 기복신앙 문제를 거론하고 대대적인 기도ㆍ수행 문화 혁신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1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불교와 적잖은 종교가 무속적 기복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데, 많은 대중들이 눈을 뜬 시대에 이래서는 희망을 줄 수 없다”며 “신행풍토 쇄신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행혁신 운동을 통해 새로운 불교 신자의 상을 정립하는 것을 (5년 임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포교원장에 임명된 지홍 스님은 총무원 기획실장, 조계사 주지, 제11~16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낸 종단의 대표적 원로다. 지홍 스님은 “탈종교화 시대인데다 점차 젊은 불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는 것과 수행이 일치하는 불교, 제대로 된 수행으로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불교, 즉 부처님 시대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교원은 조만간 ▦혁신운동 로드맵을 마련하고 ▦관계 연구소의 포럼을 정기화하고 ▦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하는 등 ‘기복신앙 탈피’를 위한 본격적 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은 “이제까지 지나치게 개인의 안녕, 기복을 추구하며 기도해왔다면, 이타(利他)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도방법이나, 꼭 사찰에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화두를 참구할 수 있는 수행법을 종단 차원에서 불자들에게 적극 지도할 것”이라며 “주체적이고, 마음이 깨어있고, 사회 속에서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역할을 하는 ‘시민보살’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포교종책 5대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공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이렇게 이례적 혁신운동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존립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0~30대 신자가 빠르게 줄어들어 불자 고령화가 심각한데다, 특히 출가자 숫자도 10년 사이 3분의 1 이하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 때 1,000명에 육박했던 출가자 수는 올 상반기 98명에 그쳐, 올해 전체 출가자 수는 2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홍 스님은 “무엇보다 처음 출가할 때 나이가 과거 10~20대에서 최근 40대로 부쩍 고령화했다”며 “자본주의 병폐에 물든 기복적인 신행 형식에 대한 비판은 늘 있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에 들어오니 정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든다”고 우려했다. 또 “제대로 된 수행으로 삶과 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눈을 뜬 대중과 미래세대, 사회가 요구하는 승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찰문화로는 절대자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적은 현대인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해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복을 받기 위해’ 종교를 믿는다고 답한 불교인은 12%에 불과했다. 과거와 달리 기복문화가 교세 확장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불교가 이런 위기에 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지홍 스님은 “(억불정책을 쓴) 조선시대 정도”라고 답하기도 했다.

포교원은 이번 계획을 지홍 스님 취임 직후부터 5개월 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공교롭게 발표 시점이 미국인 현각 스님의 기복신앙 비판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직후라 여러 해석을 낳았다. 현각 스님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자리는 기복종교가 됐다”, “한국 승려 문화는 (젊은 불자들의)고통을 함께하기보다 안락함을 누리고, 게으르기까지 하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홍 스님은 사견임을 전제로 “여전히 종단에서 설왕설래가 많지만 원칙적으로 현각 스님이 맞다”면서도 “다만 한국 종교 전체의 신행 행태를 함께 지적했더라면 울림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교원 측은 18일 오전에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교계언론을 만나 관련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전국 사찰에서 등을 달거나, 수능 100일 기도를 올리는 풍경이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느 선까지를 ‘무속적 기복’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각양각색인데다, 자신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신자들의 심리가 불교나 사찰문화의 문제만이 아닌 모든 종교에 깔린 기본 욕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교원 관계자는 “등을 달고 소원을 비는 것 정도를 모두 기복이라고 규정해 금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전국 사찰의 현실과 고령신자들의 생각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대로 기도하더라도 내 자식의 합격만이 아니라 승화된 마음으로 남과 이웃을 위해, 또 불교 가르침의 본질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게 그 의식의 내용을 바꿔가겠다는 것이 근본 취지”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포교원은 ▦수행 콘텐츠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도교육 자료를 내실화하고 ▦각종 불교단체 자율활동을 지원하고 ▦전체 사찰 및 프로그램 자료를 체계적으로 취합한 포교지도 DB를 구축하겠다는 등의 목표를 밝혔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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