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계 복귀를 선언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신당이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야권 연대의 내분이 격화돼 자칫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나집 라작 총리 퇴진 운동 자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마하티르의 노욕(老慾)이 말레이시아 야권의 결집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말레이시아 야권이 마하티르 전 총리가 창당한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BM)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야권은 인구의 50%에 불과한 말레이인 당원만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PBM의 당규가 인종차별적인 조항에 해당된다고 지적하며 연대를 반대하고 있다. 야권연대의 주축인 인민정의당(PKR)의 할림 후세인 대표는 “비(非) 말레이인은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며 “마하티르 전 총리의 당은 인종주의 정당이어서 함께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PBM과 연대를 수용하면 인종차별을 인정하는 꼴이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당초 나집 총리의 절친한 후견인이었지만 2013년 국영투자기업 1MDB의 자금이 나집 총리의 계좌로 입금된 후 둘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이후 나집 총리가 마하티르 전 총리 아들의 당적을 박탈하면서 둘은 정적으로 맞섰고 급기야 지난달 마하티르 전 총리가 나집 총리 사퇴에 앞장서기 위해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돌아온 마하티르의 속내는 아들을 내세워 재집권을 하는 것이며 나집 총리 퇴진을 위한 야권연대는 허울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나집 총리 퇴진을 위해 세력확대가 필요한 야권이 당규를 빌미로 연대 반대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하티르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나집 총리 퇴진만이 정계복귀의 유일한 목적이다”라며 일축했지만 결국 인종주의와 복귀의 진정성 논란으로 인해 총리 퇴진 운동은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집 총리도 최근 “총리로서 운명은 마하티르가 아닌 국민에 달려있다”라며 마하티르의 권력욕을 우회해 비난했다.
강유빈 인턴기자(연세대 불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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