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2위 김태훈(22·동아대)은 첫판에서 64위에게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동메달까지 온 과정을 보면 첫판에서 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보다는 ‘역시 김태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첫 경기서 패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김태훈은 패자부활전에 뛸 기회가 찾아오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3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강자답게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첫 올림픽을 동메달로 마무리했다.
김태훈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남자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스(멕시코)를 7-5로 꺾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태훈은 “첫판에서 패한 뒤 실망도 많이 하고 너무 힘들었다. 앞이 캄캄했다”며 “그런데 패자부활전에 뛸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면서 “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가장 고마운 사람으론 여자 49㎏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에게 더 고마웠다. 그는 “내가 첫 스타트를 잘 못 끊었는데, 소희 누나가 제 몫까지 잘해주면서 분위기도 많이 올라갔다”며 “소희 누나가 위로하고 응원해줘서 첫 태권도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태훈은 금메달의 아쉬움보다는 동메달의 귀함에 감사해 했다. 그는 “메달 획득만으로도 영광이다. 힘든 걸 이겨내면서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이번에 잘 못 했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기회 주어지면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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