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을 80여 일 앞둔 17일(현지시간) 캠프 간판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말 전당대회 이후 경합주와 전국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재앙의 8월'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선거운동 전문가인 폴 매너포트 선대위원장은 직함은 유지하되 최고경영자(CEO)를 신설하고 그 자리에 외부인사를 영입해 사실상 캠프를 이끌게 하는 한편 선대본부장에도 새 인물을 발탁했다.
특히 CEO로 영입된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븐 배넌은 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명세를 떨치는 인물이다.
블룸버그 인물소개에 배넌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반면 다른 공화당 정치인들, 특히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공격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우파 뉴스사이트를 경영하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 공작가'로 묘사돼 있다.
한때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가 경질된 코리 루언다우스키는 CNN에서 "그 사람은 어딘가 나랑 비슷한 인물이자, '길거리 싸움꾼'(street fighter)"이라고 평가했다.
배넌은 전직 해군장교 출신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재앙적 리더십'을 겪은 뒤 레이건 공화주의를 껴안았다고 그는 평소 말했다.
군 제대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 후 1980년대 후반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이어 1990년에 동료 몇 명과 작은 투자은행을 설립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돈을 벌었다. '캐슬록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5개의 TV 물에 투자했다. 그 중 하나가 드라마 '사인필드'다.
투자은행을 처분한 뒤 그는 할리우드로 가 영화를 제작했다. 결국 브레이트바트 뉴스 공동 창립자인 앤드루 브레이트바트를 만났다.
배넌 아래서 브레이트바트는 '친(親) 트럼프'를 자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창시자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옹호하는 일련의 기사를 최근 실었다.
트럼프에 대한 이러한 옹호는 내부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브레이트바트는 소속 여기자인 미셸 필즈가 취재 중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에게 팔을 잡히는 폭행사건이 벌어지자 오히려 그녀의 주장에 의문을 품는 기사를 내보냈다.
결국 필즈와 일부 동료 기자들은 이에 항의해 회사를 그만뒀다.
배넌은 보수성향의 단체인 '정부책임연구소'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회장인 피터 슈바이저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축재와 국무장관 당시의 업무 간 커넥션 의혹을 파헤친 '클린턴 캐쉬'(clinton cash)라는 책을 썼다.
배넌이 이끄는 브레이트바트는 8월 초 9일간 라이언 의장을 비판하는 기사도 15개나 게재했다. 이 사이트는 공화당 내 트럼프 반대파에게 이런 식으로 폭격을 퍼부었다.
배넌이 공화당 내 아웃사이더에게 호소하기 위해 기용한 인물이라면 선대본부장에 발탁된 켈리앤 콘웨이는 트럼프 캠프의 자문역을 맡아온 인사다.
콘웨이는 트럼프를 10년 전 만났다. 전직 변호사인 그녀는 여론조사회사를 창립한 이 분야 베테랑이다. 여론조사회사의 자회사로 여성 소비패턴을 연구하는 '위민 트렌드'(Women Trend)도 이끌고 있다.
그녀는 공화당의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컨설팅해왔다.
지난 3차례의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그녀는 '터줏대감'으로 통했다.
댄 퀘일 전 부통령을 비롯해 2008년 프레드 톰슨의 대선캠프, 2012년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대선캠프, 올해 공화당 경선주자 테드 크루즈의 슈퍼팩인 '킵 더 프라미즈' 등에서 일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도 그녀의 고객이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배넌에게 캠프를 맡긴 것은 남은 80여 일간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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