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지만 벤처기업 수출은 반도체 분야 등의 호조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상승했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99억9,652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9.8%나 늘었고 6월(5.8%)과 7월(1.7%)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석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좀처럼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뭄 끝에 단비’ 같은 활약이다.
벤처기업 수출 증가율은 2011~2013년에 전체 기업보다 뒤졌지만 2014년부터는 앞서고 있다. 2014년 전체 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2.3%에 그친 반면 벤처기업은 9.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8.0% 감소하는 와중에 벤처기업 수출은 2.5% 증가했다.
올해 벤처기업이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미국과 베트남 수출이 상승세를 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7월까지 벤처기업의 미국 수출액은 13억6,681만달러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베트남 수출은 10억4,855만달러로 11.1% 증가했다. 일본 수출도 9억639만달러로 전년 대비 16.5% 성장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경우 전자, 섬유 등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기지로 들어가는 정보기술(IT) 부품이나 장비 등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최근 신흥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자국 내 설비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관련 기계 장비나 부품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올해 7월까지 현지로의 수출이 3.5% 줄었다.
품목별로는 수출액 1, 2위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가 벤처기업 수출을 주도했다. 올해 7월까지 반도체 분야 수출액은 7억1,589만달러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액 규모는 6억6,885만달러로 전년 대비 23.1% 늘었다. 소비재인 비누치약·화장품의 수출액도 2억3,24만달러로 39.8% 증가했다.
문병기 연구원은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는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 생산기지로 들어가는 물량이 많아졌다”며 “최근 휴대전화 신제품이 출시된 점도 벤처기업 수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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