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여기에 한국은행의 공급확대까지 가세하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이 70조원을 넘어섰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5만원권의 발행잔액은 70조4,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개월 전보다 5,876억원(0.8%)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09년 6월 5만원권 발행 이래 발행잔액이 70조원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5만원권 발행 잔액은 2010년 1월 10조원을 넘어선 이래 2011년 1월 20조원, 2012년 9월 30조원, 2013년 11월 40조원, 2014년 11월 50조원, 2015년 9월 60조원선을 넘어선 바 있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발행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아있는 금액을 말한다.
이로써 7월 말 현재 화폐발행잔액(말잔) 91조9,265억원 중 5만원권이 76.6%를 차지했다. 동전을 제외하면 시중에 풀려 유통 중인 전체 지폐 중 금액 기준으로 78.7%가 5만원권이다.
특히 5만원권의 경우 여타 지폐 발행잔액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홀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1만원권의 발행잔액은 7월 말 현재 16조2,33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 줄었다. 5,000원, 1,000원권도 각각 0.4%, 0.1% 감소했다.
지폐의 발행잔액을 장수 기준으로 보면 5만원권은 지난달 말 14억900만장으로 전체 지폐 발행잔액(47억9,300만장)의 29.4%를 차지했다. 시중에 유통중인 지폐 10장 중 약 3장이 5만원권인 셈이다. 장수 기준 발행잔액은 1만원권이 16억2,300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1,000원권이 14억9,800만장, 5,000원권은 2억6.300만장이었다.
한은은 시중의 5만원권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2014년 6월부터 금융기관의 5만원권 지급한도 관리를 중단하고 공급량을 확대했다. 하지만 5만원권의 환수율이 여타 지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지하경제 유입 등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일정기간 공급한 화폐량과 한은에 환수된 화폐량을 비교한 환수율은 5만원권이 올 상반기 50.7%에 그쳐 1만원권(111.2%), 5,000원권(93.5%), 1,000원권(94.7%)에 크게 못미쳤다.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현금보유 성향이 커지면서 화폐 유통이 부진해진 데다 현금 은닉 수단으로 고액권이 선호되면서 5만원권의 유통이 줄고 있다는 추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의 지하경제 유입 등은 검증하기 어려운 사항이며 5만원권의 회수율은 과거와 비교할 때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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