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재개항 후 탑승률 40% 내외
항공사 손실 지원금도 눈덩이
월 평균 2억… 연간 24억 육박
당초 확보예산 9월쯤 소진
공항공사 등 적자도 연간 100억
수요 제한적… 대안 마련해야
2년 간의 활주로 재포장 등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5월 재개항한 경북 포항공항이 당초 우려대로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평균 탑승률이 50%에도 못 미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보전금, 연간 100억 원대에 이를 적자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재개항 이후 포항공항 탑승률은 평균 42.6%에 불과하다. 5월 6,232명(106편 운항)으로 38.7%이던 탑승률은 6월 7,673명(114편 운항) 44.9%로 높아지는가 싶더니 7월엔 7,469명(112편 운항) 44.1%로 되레 낮아졌다. 150인승 여객기 한 대에 3분의 1을 조금 넘는 평균 66.4명이 탑승한 셈이다.
이에 따라 포항시의 운항손실 보조금도 5월 2억2,100만원, 6월 1억9,300만원, 7월 1억9,400만원을 지급해 당초 편성한 예산 10억 원이 9월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포항시는 항공사들이 포항공항 취항을 꺼리자 포항-김포 구간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에 탑승률이 70% 이하면 손실액의 70%를 지원키로 했다. 이런 식이면 포항시가 대한항공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금은 연간 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포항시는 추경에 5억 원을 반영해 부족한 손실보전금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급기야 포항시는 포항지역 군 장병 30% 할인, 여행사 대상 인센티브 제공 등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항공권을 40% 할인, KTX서울-포항간 일반요금(5만3,600원)보다 저렴한 편도 4만4,100원의 특가 상품을 내놓았다. 한국공항공사 포항지사도 연간 1억 원의 이착륙료를 3년간 면제했다.
하지만 인접한 경주지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운행한 포항공항-경주 리무진버스는 이용객이 없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운행을 중단했다. 또 2만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임직원과 가족 유치를 위해 국내선 30% 상시 할인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업체간 이해관계가 맞서 제자리걸음이다.
포항시는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등을 대상으로 대기업 운송 할인계약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주둔 군 장병 이용촉진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경북도에 내년 운항손실 보조금으로 올해 1억 원이던 도비 지원금을 4억 원으로 늘려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재개항 후 탑승률이 KTX 개통하기 전과 비슷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포항공항 활성화 대책들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경주 한수원본사는 울산이 되레 더 가깝고, KTX이용이 편리한데 굳이 불편한 포항공항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포스코 임직원 및 가족들도 하루 편도 10회나 있는 KTX를 놔두고 편도 2회뿐인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공항공사 임직원 인건비 등 포항공항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연간 70억~80억 원. 하지만 5~7월 석 달간 수입은 1인당 4,000원인 공항이용료 8,549만6,000원과 매점 등 운영수입이 대부분이다. 손실보전금 등을 더하면 전체 적자규모는 연간 100억 원에 달해 혈세낭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그 예산을 다른 교통편에 투자하면 몇 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상훈 포항시의원은 “포항공항은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포항시 여건상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포항시도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중심으로 운행 횟수를 늘리거나 노선을 다변화하는 등 다른 교통권을 더 확보하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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