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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세계로 퍼지는 바이러스… 한국도 예외 아니다”

입력
2016.08.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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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 바티 한나 알바티 주한 이라크 대사가 최근 서울 한남동 주한이라크대사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내 테러 문제와 치안, IS 격퇴 상황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와디 바티 한나 알바티 주한 이라크 대사가 최근 서울 한남동 주한이라크대사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내 테러 문제와 치안, IS 격퇴 상황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IS 목표는 특정국가 아닌 사람

언론이 이라크 상황 유독 과장

올해 안에 모술 탈환까지 완료

이란ㆍ사우디 가교역할도 할 것

부임前 ‘한강의 기적을 배우라’

대통령ㆍ장관 등 간곡하게 부탁

경제발전 경험 전할 책임 막중

한국 기업들, 이라크 진출하길”

이라크 북부 모술은 시리아 락까와 함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핵심 근거지다. 때문에 이라크는 하루도 IS의 테러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부분 국가들이 이라크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IS는 최근 서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세계 어느 곳도 IS테러에서 안전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라크대사관에서 최근 만난 와디 바티 한나 알바티(55) 주한 이라크 대사도 “한국을 테러 예외 지역이라 부를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알바티 대사는 “IS의 테러 대상은 특정 국가나 인물이 아닌 그저 ‘사람’”이라며 “대규모의 인명 살상을 통해 자신들의 건재함을 알리는 게 IS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를 ‘전세계로 퍼지는 바이러스’라고 단정했다.

_이라크에 테러가 빈발하는 것은 IS의 핵심 근거지이기 때문인가.

“테러는 이라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프랑스와 터키, 독일, 미국 등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론이 이라크 상황만을 유독 과장해 불안한 국가로 왜곡하고 있다고 본다. 이라크 치안문제만 봐도 2003년 이후에 이라크 내에서 외국기업이 테러 당하거나 외국인들이 납치 또는 살해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이라크 내에서도 IS가 점령한 일부 지역만 치안이 불안정할 뿐이다. 테러가 발생하는 지역도 이라크 전체로 봤을 때 일부에 불과하다.”

_IS가 이라크에서 테러를 벌이는 목적은 무엇인가.

“IS가 테러를 벌이는 유일한 목적은 다수를 살해해 세력을 과시하는데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 테러가 충격적인 건 무고한 아이와 여성이 대규모로 희생됐기 때문이다. IS가 프랑스 니스에서 일으킨 트럭 테러도 프랑스인을 노린 게 아닌 무조건 많은 행인을 죽여야겠다 해서 벌어진 일이다. 그들은 이라크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민족, 쿠르드족, 예지디족, 기독교인 등 다양한 민족과 종파를 가리지 않고 테러를 벌이고 있다”.

_이라크 정부가 테러를 예방하거나 IS를 격퇴할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이라크 정부는 군대와 민병대 등을 동원해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이라크 팔루자에서 서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역을 탈환했다. 세력 약화로 위기감을 느낀 IS가 자신들의 건재함을 알리려는 차원에서 마지막 발버둥으로 끔찍한 바그다드 테러를 벌였다고 본다. IS가 점령하고 있는 모술도 이라크 정부군이 올해 안에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_한국도 IS의 테러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테러는 전세계로 퍼지는 바이러스다. 테러는 어디로든 전파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이라크에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전투기 수출계약 등을 하면서 IS의 주요 테러 타깃이 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한국이 테러 위협으로 공군기지 건설을 중단한다 해도 IS는 다음에는 미국과 친하다는 핑계를 들어 테러를 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테러단체와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전세계 국가들과 협력해 테러 단체를 소탕하고 테러 단체의 자금 줄을 차단하는 유엔결의안을 하나가 돼서 지지해야 한다.”

미국과의 핵 협상을 통해 중동에서 강국으로 부상하는 이란의 행보를 이라크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는 종교와 민족 갈등으로 오랜 기간 반목해왔고 1980년에는 국경 분쟁이 심화되며 1988년까지 7년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알바티 대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당시 전쟁으로 이라크인들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_이란의 부상에 따른 중동질서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라크는 이란과 미국이 핵 협상을 타결했을 때 많이 기뻤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했을 당시 중동 내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란과 사우디 양국 모두 이라크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우디와 이라크는 아랍제국의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창설된 지역협력기구인 아랍연맹(AL) 소속 회원국이고, 이란은 이라크의 주변국 중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다. 이라크가 두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건 필수적이다. 만약 사우디와 이란이 충돌해서 갈등이 깊어지면 이라크는 양국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다.”

_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 운동은 어떻게 보나.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2003년에 연방국가 체제로 헌법을 개정했고 쿠르드족도 자치권을 얻었다. 하지만 쿠르드족을 하나의 국가로 독립시킨다는 내용은 없다. 쿠르드 지방정부도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쿠르드족이 국민투표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 간에 마찰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라크는 이런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며 하나의 단일화된 국가를 유지할 것이다.”

한국은 이라크 아르빌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해 지역 재건 사업 등을 도운 인연으로 정치ㆍ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알바티 대사는 “주한 대사로 부임하기 직전 이라크 대통령과 외교부,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워오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며 “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이라크에 전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_이라크가 한국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나.

“한국기업인들이 이라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이라크는 전쟁과 테러를 겪으면서 학교와 병원, 전력 등 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됐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라크는 원유 매장량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현재 일일 원유생산량이 300만 배럴 정도지만 5, 6년 안에 500만 배럴까지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라크의 석유 산업과 전력 등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해주기를 바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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