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 부인과의 거짓 친분을 내세워 수억원을 가로 챈 6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5단독 김유랑 판사는 철거사업과 대형 놀이동산 매점 운영권을 따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지인으로부터 2억8,000여만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사기)로 기소된 김모(69ㆍ여)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두 차례 사기 전과가 있던 김씨는 지난 2010년 지인 장모(58ㆍ여)씨에게 접근해 “철거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국방부 장관을 지낸 사촌오빠가 대형 건설회사 회장들과 친분이 있다”며 장씨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이후에도 법인설립과 철거공사 비용 명목 등으로 9,0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아 챙겼다.
장씨가 꼬임에 쉽게 넘어가자 김씨는 다른 사기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엔 “대형 놀이동산 매점 운영권을 따주겠다”고 장씨를 꼬드긴 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홍라희씨 모친을 모시고 있고, 동생이 삼성그룹 법률팀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허위 사실을 앞세워 환심을 샀다. 김씨의 말에 깜빡 속아 넘어간 장씨는 10차례에 걸쳐 3,600여만원을 김씨 측 계좌로 다시 입금했고, 심지어 딸의 항공사 취업까지 청탁했다. 그러자 김씨는 순금 10돈으로 된 ‘행운의 열쇠’ 3개를 선물해야 한다며 사례비로 700만원을 더 뜯어냈다.
뒤늦게 김씨에게 속은 사실을 깨달은 장씨가 그를 2012년 말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기행각은 막을 내렸다. 김 판사는 “피의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사기 범죄로 징역형을 받았는데도 다시 범행을 반복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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