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성별 논란 또다시 불거져
“세메냐를 내버려둬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25)를 둘러싼 해묵은 성별 논란이 재연됐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세메냐 성별 논란을 반대하는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HandsOffCaster(카스터 세메냐를 내버려 둬라)’ 해시태그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17일(한국시간) 지난 주말부터 남아공에서 시작된 세메냐 성별 논란 반대 해시태그의 확산을 조명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부터 있었던 해시태그였지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미국 매체들이 세메냐의 출전을 앞두고 공정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성별 논란을 또다시 부추긴 데 반발한 현상이었다.
이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간단하다. 그녀는 여자다”“펠프스의 유전적 탁월함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면서 왜 세메냐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메시지들을 전했다.
세메냐 성별 논란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18세였던 세메냐가 여자 800m 출전해 시즌 최고 기록인 1분55초45로 우승을 차지하고서 부터다. 경쟁국들은 세메냐의 체형이나 목소리 톤, 주법 등을 볼 때 여성과 차이가 크다면서 성별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성별 검사를 실시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여자 선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BBC 등 서방 언론들은 세메냐가 외형상으론 여성이지만 신체 내부적으로는 자궁과 난소가 없는 대신 고환이 있어 일반 여성의 3배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는 분석을 내놓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2011년 IAAF는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남성보다 적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규정을 폐기하라는 결정을 받아 들었다. 2014년 불거진 팀 동료 여자선수인 바이올렛 라세보야(29)와의 결혼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세메냐는 이번 올림픽에서 33년간 깨지지 않는 여자 800m 세계기록(1분 53초 28) 경신에 도전한다. 최근 세메냐의 기록이 좋은데다 2012 런던올림픽 육상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인 마리아 사비노바(31·러시아)가 이번 대회에 불참해 그의 금메달과 세계기록 경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세메냐가 출전하는 여자 육상 800m의 결선은 21일 오전 9시 15분에 열릴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영상] 한 달 전 펼쳐진 세메냐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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