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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이나 줘" 직장인 속 뚫어준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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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이나 줘" 직장인 속 뚫어준 B급 감성

입력
2016.08.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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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일러스트 작가 양경수씨가 16일 서울 동교동 아트 스페이스 담다에 전시된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일러스트 작가 양경수씨가 16일 서울 동교동 아트 스페이스 담다에 전시된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B급이요? 저한테는 완전 칭찬이죠!”

지난 5월 출간돼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오우아 발행)의 일러스트를 그린 양경수(32) 작가. 16일 서울 동교동의 아트 스페이스 ‘담다’에서 만난 양 작가는 “‘B급’이라는 건 ‘허세를 덜어 냈다’는 의미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는 불필요한 틀에 맞추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B급의 정의”라며 그는 “딱 듣고 싶었던 반응이 쏟아지니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야근이 기본이고 볼일이 있어야만 정시 퇴근이 가능한 불합리한 노동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낸 이 책은 “보람 따위는 됐다”는 ‘사이다’ 발언을 재치 있게 풀어낸 양경수 작가의 그림에 힘입어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서 5쇄까지 발행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양 작가는 내달 30일까지 ‘담다’에서 개인전 ‘양경수+양치기=그림왕’을 열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양치기’는 불교 현대미술을 해 온 화가 양경수가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면서 만든 예명이다.

따뜻한 위로나 조언 대신 "보람은 됐으니 수당이나 달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림 속 인물들에 직장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양경수 제공
따뜻한 위로나 조언 대신 "보람은 됐으니 수당이나 달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림 속 인물들에 직장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양경수 제공

그의 그림에 가슴 따뜻한 위로나 조언은 없다. 대신 “형이라 생각하라”는 상사에게 “외동”이라고 읊조리고, “경영자의 마인드로 일할 테니 경영자의 월급을 달라”며 찡긋하는 인물이 등장해 꽉 막힌 직장인의 속을 뻥 뚫어준다. 양경수 작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된 작품에는 “공감된다”“완전 시원하다”는 이시대 직장인들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상사에게 혼난 사람은 혼난 사람대로, 아침에 회사에 가기 싫은 사람은 가기 싫은 사람대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양 작가는 의외로 직장생활 경험이 없다. “20살 때 독립해 화가, 클럽 직원, 인테리어 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그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거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앉아 아이디어를 얻는 게 그림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불교미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양경수 작가의 '녹원전법상'. 선글라스를 착용한 부처가 디제잉을 하고 있다. 양경수 제공
불교미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양경수 작가의 '녹원전법상'. 선글라스를 착용한 부처가 디제잉을 하고 있다. 양경수 제공

양경수 작가는 원래 불교미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교 미술에 종사하신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불교 미술을 접했다”는 그는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요소” 대신 “친근함”을 더했다. 작품 속 부처는 선글라스를 낀 채 디제잉을 하고 있고, 부처의 제자들은 ‘더 텐(The Ten)’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적어도 누군가를 설득시키려면 쉽게 전달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양 작가의 생각이다. “부처든, 부처 제자들이든 그 시대의 ‘셀럽’이었잖아요. 그 모습을 요즘 언어로 보여주는 거죠.” 그는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더 붓다’에도 초청돼 내년 2월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 쉬는 시간에까지 복잡하고 힘든 이야기를 보고 싶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으로 답답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덧붙였다. “앞으로도 아마 아무 도움 안 되는 ‘힐링’같은 얘기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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