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불모지서 폭염 속 민심 공부
DJ 생가 찾고 민주 열사 참배
“학생이 봉숭아물 들여줘” 자랑
“그제는 마을회관 앞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는데 금세 날이 저물어 애를 먹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식을 줄 모르는 폭염에 아랑곳 않고 민심투어에 한창이다. 잠은 마을회관에서 자고, 두 벌 챙긴 셔츠도 직접 빨아 입는다. 널기에 민망하긴 하지만 속옷까지 빤다. 아침엔 ‘난닝구’ 차림으로 마을 주민과 어울려 식사도 나눈다. 올해 예순다섯인 그가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에 ‘봉숭아물’도 들였다. 김 전 대표는 16일 “경남 함양군 여주항노화축제에서 만난 학생들이 해준 것”이라고 자랑했다.
‘부자당’, ‘웰빙당’으로 불렸던 새누리당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서민적 행보다. 투어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애초 김 전 대표 측은 “5,6일 단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시작했던 1차 투어만 해도 8박9일 동안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이후 하룻밤 서울 자택에서 쉰 뒤 곧장 다시 여정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이번엔 20일에나 상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11박12일 일정이다. 측근들은 “계획이란 게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는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전남ㆍ북에 집중돼 있다. 김 전 대표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가 하면 전북에선 김제 파프리카 농장의 최첨단 유리온실에 감탄하고, 부안 계화간척지에서 올해 첫 벼 베기의 기쁨을 누렸다. 향토 맛집으로 유명한 전북 군산 한일옥의 쇠고기 뭇국, 전주 왱이집의 콩나물국밥도 들이켰다. 잠룡으로 여겨지는 새누리당의 거물 정치인으로선 이례적 행보다. 과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야권으로 넘어가기 전 ‘100일 민심대장정’을 한 적이 있지만, 김 전 대표는 대표적 ‘PK(부산경남) 정치인’이란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투어에 앞서 걱정도 많았다. “마을회관에서 자려는데 빌려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사실 했다. 그런데 회관 안방까지 흔쾌히 내주어 무척 고맙더라.”
“호남에서 인정받아야 집권할 수 있다”는 건 김 전 대표의 오랜 지론이다. 부친이 세운 전남방직을 거론하며 “나는 반은 전라도 사람”이라는 말도 자주했다.
‘민주화’에 방점을 찍는 것도 눈에 띈다. 김 전 대표는 특히 광복절 전날인 14일 전북 남원에 있는 김주열 열사의 흉상에 참배했다. 3ㆍ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 희생돼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광복이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저항 정신이 결집된 결과이듯,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역시 민주화 투사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서민ㆍ호남ㆍ민주화’로 집약되는 김 전 대표의 민심투어를 ‘반박(反朴) 행보’로 보기도 한다. 퍼스트 레이디에, TK(대구경북) 출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 이미지가 강한 박근혜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측은 “대표직을 맡느라 목말랐던 현장을 파고 들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의 답을 찾으려는 행보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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