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며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는 답신을 보내며 생각해 보니 서로 문자를 주고받은 지 여덟 달, 못 본 지는 이 년 가깝다. 우리가 서로 집을 오가며 지내는 사이라 뿌리까지 안다고도 할 수 있음에도. 공동선을 추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에게 나는 퍽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정이 앞서는 나는 스스로의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도 그녀의 의견을 듣곤 했다. 한 번은 내가 지나가듯 이웃 사람에 관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들 능력을 칭송하는 사람인데, 5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겼던 것. 똑똑한 친구는 내가 옮긴 말을 듣고 스치듯 뭔가를 암시했다. 그 순간에는 지성인들은 하나같이 비판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가볍게 한 말만 듣고도 어떻게 한 인간의 본성과 흑심을 알아챘던 것일까? 친구는 박사논문집을 가지고 나타났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새로운 눈으로 쪼개 보고 연구하며, 행복했어. 고마워. 그 시간 함께해 줘서”라는 사인 위 글을 보자 그녀의 성취가 내 일처럼 뭉클했다. “내가 엄마 이야기를 느긋하게 못 들어 드렸던 것도, 늘 택시를 타고 달렸던 것도 항상 시간에 쫓겼기 때문이었어”라고 말한 그녀를 생각하면, 아닌 게 아니라 사람들을 길에 남겨둔 채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지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