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임금 근로자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셈이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내년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13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80만명보다 11.8%나 많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의 비율 또한 14.6%에서 16.3%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얼굴을 붉힌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7.3%를 결정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인상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나마 그렇게 정한 최저임금도 300만명 이상이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하니 최저임금제를 무엇 하러 도입했느냐는 질책이 나올만하다.
한국은행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은 이유로 위반 업체 감독과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있다. 그러나 실제 적발 건수는 2013년 6,081건, 2014년 1,645건, 2015년 1,502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위반 업소가 줄어들었다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적발 노력에 소홀한 것이라면 정부의 의지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동거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의 종사자나 정신장애 또는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근로자 등 법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도 많다.
정부가 근로감독과 최저임금 홍보를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근로감독관 충원과 과태료 부과 등 추가 대책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어떤 대책이든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사용자가 최저임금은 주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43일을 더 일하면서도 연간 실질임금은 80.1%, 시간당 실질임금은 67.1%에 불과하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임금은 중하위권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있으니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을 개선하려면 노동시간과 임금에 대한 종합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에 앞서 당장 모든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상은 받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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