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웨이드 판 니커르크(24)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남자 육상 400m 결선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관중석에 백발의 할머니가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할머니는 니커르크의 코치인 안나 소피아 보타(74).
일흔을 훌쩍 넘긴 보타는 이날 경기 직후 니커르크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뤄낸 것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의 인연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니커르크가 프리스테이트대에 입학하면서 이 대학에서 수석코치로 육상선수를 이끌고 있던 보타의 지도를 받게 됐다. 나미비아 출신인 보타는 단거리 육상과 높이뛰기 선수였다. 1968년 선수 생활을 접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부터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육상과 장애물경기 선수들을 맡아 지도해왔다. 남자 육상 100m 결선에서 5위를 차지한 아카니 심비니(23ㆍ남아공)도 그가 맡은 선수다.
니커르크는 “평소에는 마치 손자 대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따뜻했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엄격하면서도 정확하게 내가 있어야 할 곳과 목표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보타는 멋진 여성이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워했다.
니커르크는 보타의 지도 하에 주종목을 200m에서 400m로 전환했고, 기록을 3,4초나 앞당겼다. 2013년 45초09였던 니커르크의 개인 최고기록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43초48로 빨라졌다. 보타는 “니커르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내가 그를 지도할 수 있을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다”고 회고했다.
고령으로 은퇴여부를 묻는 질문에 보타는 “나는 여전히 나의 선수들을 사랑하고, 내가 스스로 앉고 설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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