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 지난해 이어 역사 논란 재연
안중근 의사 유언 장소 잘못 언급하기도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국사회를 비하하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했다. 또 ‘8ㆍ15 건국절’ 제정 주장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태며, 작년에 이어 건국절 논란을 재연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를 시작하며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8월 15일이 광복을 맞이한 날인 동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한 날(1948년 8월 15일)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때도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자는 것은 국내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낮추어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항일운동과 정부수립 간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2일 광복군 출신 독립 운동가인 김영관(92) 옹은 박 대통령이 원로 애국지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건국절 제정 주장은)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올해 광복절에서도 건국절 제정과 관련한 소신을 이어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헬조선’이나 ‘5포 세대’ 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신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공동체 문화" "한민족의 불굴의 DNA" 등의 표현으로 긍정의 힘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적 자긍심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언급했는데, 안 의사가 순국한 장소를 잘못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라고 말했으나, 안 의사는 1909년 10월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한 뒤 체포돼 중국 뤼순 감옥으로 옮겨져 숨을 거뒀다. 안 의사는 유언을 뤼순 감옥에서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후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쥐덫’ 사례를 성공 사례로 반대로 설명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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